변평섭 본사 회장

조선 세조(世祖) 때 '이시애의 난'이 발생해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백성들이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남이(南怡)라는 젊은 장군이 나타나 난을 평정해 임금의 총애를 받았다.? 그는 불과 17세에 무과에 급제, 북방 오랑캐의 침입을 막아내는 등 많은 무공을 세운 인물. 한번은 그가 백두산에 오른 일이 있었다. 그는 감격한 나머지 "남자로 태어나 아직도 나라를 다스리지 못하니 어찌 후세에 대장부라 일컬으리오"하는 글을 남겼다. 장군으로서 호연지기를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이 문제가 됐다. 그가 군인으로서 승승장구하고 26세 청년으로 병조판서(지금의 국방장관)에까지 오르는 것에 시기심을 품은 정적들이 모함을 한 것이다. 글의 내용이 '임금을 쫓아내고 자신이 보위에 오르겠다'는 흑심이 있다는 상소를 올린 것.

마침내 그는 28세에 역모죄로 사형을 당하고 말았다.

이처럼 패기와 군인으로 지모를 갖춘 장군들은 오늘날에도 없지 않다.

월남전 때 우리 한국군 사령관을 지낸 채명신(蔡命信) 장군도 그 중 하나다.

월남에서 혁혁한 무공을 많이 세운 그는 잠시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었다. 전투복 차림으로 비행장에 내린 그는 바로 국립묘지로 향했다.

그리고 월남전에서 전사한 부하들의 묘역 앞에 꽃을 바치고 거수경례를 했다. 순간 그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국민들은 매스컴을 통해 그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한없는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정치권 일부에서는 그가 대통령에게 신고를 하기 전 국립묘지부터 찾았다 하여 구설에 오르기도 했었다.

군인으로서의 순수한 열정과 용기는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일화들을 많이 남긴다. 그래도 '상식을 뛰어 넘는 일화'들이 '사기를 먹고 사는 게 군인'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군인은 그렇게 강하고 패기와 함께 사생관이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21일 우리 지역에 있는 계룡대에서 한 현역장군이 자살을 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의 사인은 군 수사당국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우리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군이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북한의 핵무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안보를 뒤흔들어 놓을 것이고,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위험한 소리도 들리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은 신년부터 군부대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훈련제일주의'를 주창한다.

그런데 우리 육군의 훈련장 확보율은 60%정도이고 국방비 부담률은 과거 GDP대비 6.0%에서 2.8%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 주적 개념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이 눈 부릅뜨고 주적 개념을 확고히 하는 데는 힘이 들런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 군은 막강한 전력과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고 자유를 지키는 힘이며 통일로 가는 길이다.

그런 뜻에서도 군의 사기와 명예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군의 자살'같은 나약한 모습이 다시는 군에서 나오지 말아야 한다.

이 어려운 때, 우리는 군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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