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휘발유 싸게 주겠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박모(57) 씨는 대전 유성지역 고령의 농민들에게 “비료와 휘발유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물론 자신을 유성구청 공원녹지과 소속 공무원이라고 속인 채 말이다.

박 씨는 목에 호루라기를 걸고 다니며 농민들에게 살갑게 말도 걸었고 인사로 나눴다. 그를 접한 농민들은 그가 영락없는 공무원처럼 보였다고 한다.

박 씨는 농민들에게 “20만원만 주면 구청에서 사용하고 남은 비료와 휘발유를 싸게 넘겨주겠다”고 꼬드겼다. 구청 공무원이 주민에게 선의를 베푸는 것으로 생각한 농민들은 그 자리에서 현금을 건넸지만 돈을 받은 박 씨는 그대로 잠적했다.

이 때문에 유성구에는 박 씨를 찾는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문의한 사람들은 모두 고령의 농민이었다. 이같은 전화가 잇따르자 구청 측은 사기범의 행각이라고 판단,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를 벌여 지난 4일 박 씨를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다.

대전유성경찰서는 12일 박 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이 지역에서 공무원을 사칭해 비료를 싸게 주겠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11차례에 걸쳐 145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2011년 대전의 다른 구에서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은 적 있는 박 씨는 동네 사람들에게 말을 붙여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뒤 접근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피해자 대부분 고령의 농민들로 박 씨의 솔깃한 제안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해금액이 소액이라 신고를 하지 않는 심리를 이용해 공무원을 사칭한 범죄”라면서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을 사칭한 사기범죄가 지속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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