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LX 한국국토정보공사 글로벌사업처 수석팀장
[시선]

잊혀져가고 있는 동토의 땅 사할린의 최남단 코르사코프 지방에는 작은 언덕 위에 배 모양의 탑이 남쪽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일제 강점기 때 강제 동원된 한국인들이 그리운 고향땅을 밟기 위해 귀국선을 기다리던 곳이라해 '망향의 언덕'이라 이름 붙이고, 조형물은 '망향의 탑'이라 부르고 있다.

70여년 전 이곳으로 영문도 모른 채 강제 동원된 동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탄광, 벌목, 토목공사 등 생사를 넘나드는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일본의 패망과 함께 귀국을 위해 매일 이 언덕에 수많은 동포들이 몰려들었으나 끝내 고국으로 돌아가는 배는 오지 않고 그렇게 그들은 기다림에 지쳐 굶어 죽어갔다. 오랜 세월동안 모진 비극은 계속됐으나 이들의 억울한 혼을 조금이나마 기리기 위해 우리 힘으로 위령탑을 세운 것은 62년이란 세월이 지난 2007년도였다.

사할린 동포가 본격적으로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계기는 1990년 '한·소 수교'가 체결되면서부터였다. 그 옛날 고향을 떠난 20대의 앳된 청년은 45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70대가 넘은 백발노인으로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오매불망 고향을 그리워하다 이미 눈을 감은 수많은 동포들은 아직도 차가운 사할린의 동토 밑에 잠들어 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 지원위원회’를 두고 북위 50도 이남지역인 남사할린을 대상으로 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 5년간 한인묘(韓人墓) 현황조사를 실시해왔다. 그 결과 1만 5000여기의 한인으로 추정되는 묘를 파악했다.

또 유골봉환사업을 추진해 지난 2013년 1기를 시범으로 봉환했고 지금까지 32기의 유해봉환을 완료했다. 지난해 광복 70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유즈노사할린스크 제1공동묘지에 한인 동포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비가 건립됐다.

향후 사할린 내에 있는 70여개의 모든 공동묘지에 추모비 건립사업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위원회의 존속기간을 연장시키지 않고 폐지했다. 사업 관련 관계자들은 행정자치부에 업무를 이관 한다고 하지만 지난 사업을 추진해온 위원회의 축척된 경험과 다양한 전문성을 놓고 판단해 보면 사업 추진에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 동포의 권익보호와 과거 비극의 역사를 볼 때 하루빨리 출장소에서 총영사관으로 승격돼야 마땅하다. 조국의 광복은 일제의 패망과 함께 찾아왔지만 사할린 강제 동원 동포들에게는 그 어떤 의미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반세기 동안 또 다시 '소련'이라는 공산체제에 의해 타민족이라는 차별과 설움을 받으면서 척박한 사할린 땅에서 온몸으로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야 했다.

조국의 광복은 일제의 패망과 함께 찾아왔지만 사할린 강제 동원 동포들에게는 그 어떤 의미도 주지 못했다. 그들은 남이 아니다. 피를 같이 나눈 겨레이자 가족이다. 그들과 후손들이 이방인이 돼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민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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