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의 몇몇 고등학교들이 소위 명문대 합격자 현황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해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입시학원들은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건물외벽에 명문대 합격자 현황을 도배하다시피 게시해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명문대 합격자 현황을 공표하고 있는 학교들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홍보차원으로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입학전형이 끝나면 학교 정문마다 '명문대 현수막'이 나붙었던 게 바로 얼마 전이다. 명문대 현수막은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 왔던 게 사실이다. 현수막에는 합격자의 이름과 대학교의 학과까지 자세히 기재돼 있다. 대학 서열에 따라 글자 크기나 색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기에 이름을 올리려면 공부께나 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명문대 현수막이 학교 주변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명문대 현수막이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자 교육당국이 현수막 게재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각 시·도교육감에게 특정 대학 합격 홍보물 게시행위를 자제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는 여전히 명문대 합격자 명단이 나돌고 있다. 게재 장소만 학교 정문 앞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셈이다.

명문대를 많이 진학시킨 학교들은 그 성과를 나름 자랑하고 싶은 의도가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평준화가 됐다 해도 명문대 합격자 배출자 수를 기준으로 한 신흥 명문고의 교명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들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학교서열화 내지는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명문대 현수막을 그래서 곱지 않게 보는 것이다.

적어도 공교육의 장인 학교에서 만큼은 명문대 현수막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명문대 합격자를 알린다고 해서 학구열이 높아지지는 않을 거다. 오히려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대다수 학생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심어줄 소지가 있다. 그렇잖아도 성적지상주의가 가져온 폐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 스스로가 어떤 것이 더 교육적인지 판단하고 실행에 옮겨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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