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스트레스·음주 결부돼 발생
사소한 시비 〉 경제문제 갈등 순
경찰 ‘집안 일’ 사회적 인식 고충
출동땐 가족들 거부·항의하기도

설 명절에 가정폭력이 집중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 연휴를 맞는 동안 외부 활동이 잦아들고, 친족 및 가족과 갖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정 내 갈등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1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설 명절기간(2.18~22) ‘1일 평균 112 신고접수’ 건수는 1176건이다. 같은해 신고접수 평균치인 1474건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로, 설 명절에는 범죄 및 사건이 평상시보다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설 연휴 가정폭력은 하루 평균 22.6건으로, 평상시 약 15건에 비해 50% 가량 늘어났다.

올해는 특히 가정 내 폭력사건이 더욱 두드러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9일, 4일간 대전에서 발생한 강력(살인, 강도, 성폭력 등) 사건은 단 1건도 없었다. 빈 집이 많아 적잖이 발생하는 절도사건도 44건(지난해 55건)만이 발생해 평온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정폭력 신고는 110건(하루 평균 27.5건)이나 접수됐다. 이는 연초 한 달(1.1~2.5) 평균인 15.9건에 비해 73%나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에 비해서도 일 평균 5건 가량 증가했다.

실제 설 당일인 지난 8일 대전에 거주하는 A 씨가 자신의 아들인 B 씨와 싸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A 씨가 ‘자신이 빌려준 돈을 갚지 않는다’며 B 씨를 나무라면서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명절 연휴 기간 가정폭력은 제사 등 명절 준비에 따른 스트레스 등과 음주가 결부돼 주로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이 지난해 설 연휴기간 가정폭력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소한 시비(91%), 경제 문제 등에 따른 갈등(9%) 등이 가정폭력의 원인이 됐다. 또 전체의 57.1%는 음주상태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2회 이상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된 가정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연휴기간 빈발하는 가정폭력 근절에 주력하고 있지만, 명절기간 가정폭력을 ‘쉬쉬’하는 사회적 인식에 따라 근절에 고충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명절 기간 가정폭력의 경우 아직까지 집안 일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경찰이 나설 경우 거부하거나 항의하는 경우도 많아 근절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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