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소방서 안용진 화재진압대장 VS 남상철 화재진압대장

불을 향해 뛰어들어 제 한 몸 불사를지언정 불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불나방만의 세계가 아니다.

치솟는 검은 연기 속에서도, 쇠붙이마저 녹이려는 맹렬한 화염 속에서도 어깨에 둘러멘 산소통과 양손으로 부여잡은 긴 호스에 생사를 의지한 채 불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공포 속에 놓인 사람들의 간절한 기다림을 외면할 수 없어 정작 자신들의 생사는 뒷전인 이들.

바로 대전 동부소방서 안용진(47) 화재진압대장과 대전 서부소방서 남상철(47) 화재진압대장이다.

▲ 대전 서부소방서 남상철 화재진압대장 /사진 = 전우용 기자
소방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화재현장에서 불과의 싸움을 진두지휘하는 진압대장인 안 대장과 남 대장은 대전지역 4개 소방소를 모두 거친 베테랑 소방관.

소방사로 시작해 파출소와 구조대를 두루 거쳐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것도 공통점이다.

대전지역 주요 시설물과 방화관리자뿐만 아니라 소방취약지역의 소화기 위치까지 꿰뚫고 있을 정도로 머릿속엔 이미 대전의 소방도가 그려져 있다.

"화재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발생 후 5분 이내에 그 결과가 결정되니 시간의 단축은 소방의 최대 과제 중 하나죠. 화재나 인명구조 접보와 도착 시간을 줄이기 위해 대원들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협조입니다."

안 대장과 남 대장은 동갑내기지만 1983년 소방에 입문한 안 대장이 남 대장보다 2년 먼저 소방의 '짬밥'을 맛봤다.

대전지역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이들은 지난 2000년 북부소방서에 근무할 때 잠시 한솥밥을 먹기도 했지만 20여년의 소방생활 동안 같은 부서에 근무한 적은 없다.

안 대장은 내근과 외근을 오가며 소방의 행정과 살림을 꾸리기도 했지만 남 대장은 구조대와 진압대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들은 지난 1월 동시에 진압대장으로 발령, 화재와 구급 수요가 많기로 소문난 동부를 안 대장이 맡게 됐고, 대전 소방본부 관할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서부에 남 대장이 뛰어들면서 경쟁에 불을 댕겼다.

이들은 인명구조와 재산보호라는 대명제 하에 화재 현장을 지휘하는 스타일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의 안 대장은 '연기를 보고 불을 판단하지 마라'는 철칙을 정해 놓고 먼저 현장 주변의 정황을 파악한 뒤 대원들의 움직임을 지시한다.

"화재현장의 상황을 이해하고 불길을 손쉽게 잡기 위해서는 주변을 먼저 숙지해야 합니다.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유무와 상태, 대피시킬 장소 선정 등의 판단은 지휘자의 몫이죠."

이와 반대로 특전사 중사 출신의 남 대장은 '최소 인원과 장비로 최단 시간에 진압하라'는 원칙을 세워 놓고 그 속에서 움직인다.

▲ 대전 동부소방서 안용진 화재진압대장 /사진 = 전우용 기자
"화재진압에도 경제원리가 동원됩니다. 최소한의 인원과 시간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둬야 하니 화재현장에서 즉시 모든 상황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런 차이점에도 이들 모두 화마를 다루는 불변의 기본원리가 있다.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재산보호로 이어지는 진압반과 지휘자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치수(治水)를 통한 치화(治火)방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

"치수란 물뿐만 아니라 불을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 등 모든 소방장비를 말합니다. 불에 따른 진압도구가 제각각이니 불을 익혀야 하고 또 불을 다루는 물을 익혀야 합니다."

이들은 강산이 두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 동안 빨간 제복만을 고집, 생사의 갈림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일의 태양'을 선물하면서 보람과 긍지를 맛보았지만 수많은 고비도 넘겨야 했다.

화재와 구조현장에서 수없이 실려가는 동료들을 보며 대원들과 슬퍼할 겨를조차 같지 못하는 것이 더 마음 아프다는 안 대장.

그에게도 커다란 고비가 있었다.

지난 93년 7월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에서 발생한 주택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 중 고가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 무려 3년 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시간의 흐름에 목숨이 결정되는지라 서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그때 사고로 머리를 다쳐 진급시험도 포기하고 마음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로에 대한 평가에서도 이들의 차이점을 읽을 수 있다.

남 대장은 "안용진 대장은 조용함 속에 강한 추진력를 담고 있는 코끼리 같은 뚝심의 사나이다"며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자신의 일을 찾아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대장은 "센스와 재치가 있고 강함 속에 부드러움을 감추고 있는 사람이 남 대장"이라며 "소방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트럼펫을 연주하고 대원들을 모아 소방악대를 창단하는 등 바쁜 와중에도 인생을 즐긴다"고 평가했다.

각 소방서를 돌며 수많은 경험과 스토리를 간직한 이들이 소방을 대변하듯 조심스럽게 마지막 이야기를 털어놨다.

반드시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는 안 대장과 남 대장은 "소방차의 출동이 늦는 것을 탓하기 이전에 신속히 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졌는지 생각해 달라"며 "승용차도 지나가기 어려운 주차질서, 급한 발을 붙잡는 양보심 없는 운전자들로 내 이웃이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로부터 시민들의 안위와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이들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지만 화재와 사고가 없는 대전을 간절히 바라는 안 대장과 남 대장은 출동을 알리는 벨소리가 나지 않는 조용한 세상을 꿈꾸고 있다.

안용진(安用鎭) 화재진압대장 프로필

▲생년월일:1957년 8월 27일

▲현직:대전 동부소방서 화재진압대장(소방경)

▲경력:1983년 소방사 임용, 대전 동부소방서 구조대, 시 소방본부 소방행정과, 북부·서부소방서 소방행정과

▲가족:부인 김영순씨와 1남1녀

▲취미:등산

남상철(南相喆) 화재진압대장 프로필



▲생년월일:1957년 8월 31일

▲현직:대전 서부소방서 화재진압대장(소방경)

▲경력:1985년 소방사 임용, 대전 중부·동부·서부소방서 소방파출소장, 대전북부소방서 구조대장·화재진압대장

▲가족:부인 이경순씨와 2남

▲취미:테니스, 트럼펫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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