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전대 가능성 열어둔 비대위案 제시
文측 "비대위가 전대 결정토록 한 것은 당헌 위배" 강력 반발
5일째 칩거 安, 각종 중재안에 무반응…내부에선 탈당론 줄이어
'분열없는 단합'을 주장해온 주류 측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공동비대위안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비주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 뒤 안 전 대표의 탈당론으로 압박하며 문 대표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진의원들이 문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전환을 포함한 중재안을 발표하자 문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당 내홍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계제로 상태로 접어들었다.
안 전 대표 측은 각종 제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 '탈당' 쪽으로 한 걸음씩 옮겨가는 모양새다.
'문·안'의 공동책임 하에 당을 비상지도체제로 전환한다는 맥락에서는 수도권 의원 40여명의 중재안과 흡사하지만, 중진안은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안 전 대표의 혁신전대 가능성까지 수용한 안이라고 볼 수 있고, 혁신전대가 사생결단, 분열의 전대가 높다며 거부 입장을 밝힌 문 대표의 생각과 배치되는 안이다.
당연히 문 대표는 반발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수도권 의원들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밖의 또다른 의견에 일일히 따로 의견을 밝힌 필요는 없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지난번 재신임투표 제안 때 중진의 중재의견을 받아들여 재신임투표 (철회)를 수용한 바 있다"며 "그 때 중진들은 앞으로 대표를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문 대표 측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중진 의원의 브리핑 도중 끼어들어 "비대위가 전대 문제를 합의 결정토록 한다는 것은 당헌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하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했다.
문 대표로서는 일단 사퇴하되 '문·안'이 공동으로 비대위를 꾸려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자는 수도권 의원들의 중재안을 수용할 수 있지만, 전대 개최 가능성까지 열어둔 중진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략공천위원회를 설치하고 비주류 최재천 의원의 사퇴로 공석인 정책위의장 후임 인선 논의를 하루만에 착수하는 등 지도체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마이웨이'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비주류는 이날 '구당(救黨) 모임'을 개최하고 '문 대표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 입장을 정리하며 문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연락간사인 최원식 의원은 "(수도권 중재안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의 변형 버전이어서 안 전 대표 쪽도 받기 어렵다"며 "지금 상황이라면 안 전 대표가 탈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주류 유승희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과 혁신을 위한 전당대회를 제안하고 이를 위해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살신성인을 촉구한다"며 문 대표의 면전에서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반면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금은 문, 안 두 분이 협력할 때로 부디 문 대표가 내미는 손을 맞잡아달라"며 "문 대표도 보다 진정어린 가슴으로 안 전 대표에게 다시 손을 내미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당내에서 지도체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5일째 칩거중인 안 전 대표가 13일께 탈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줄을 잇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각종 중재안이나 문 대표의 '혁신 제스처'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탈당 가능성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상황이 이미 그렇게(탈당을 하게) 돼 있다"고 말했고, 또다른 관계자도 "현재 상태에서 당에 잔류하기에는 상황이 좀 선을 넘은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내부에서는 잔류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지만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와의 막판 담판을 통해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