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사 대표 1종씩 포함…2017년까지 도로주행 기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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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판매된 폴크스바겐 경유차(디젤차)도 미국에서 문제가 됐던 '배출가스 조작'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6개 차종 7대를 조사한 결과, 불법 조작을 확인해 리콜 및 판매정지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41억원을 부과했다. 또 다음달부터 국산·수입차 16개사의 대표 차종 1종씩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조사한다.

◇ 배출가스 조작 어떻게 밝혀졌나
배출가스 조작 문제는 미국에서 9월 불거졌다. 미국의 한 교통 관련 시민단체가 웨스트버지니아대학에 디젤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검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조사 결과 폴크스바겐 2차종에서 배출가스가 과다 배출됐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회사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폴크스바겐 측은 9월3일 자사 차량에 배출가스 눈속임 장치인 '임의설정'을 했다고 시인했다.

사태가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폴크스바겐 차량을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환경부는 9월 중순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에서 폴크스바겐 구형 엔진 차량이 임의설정을 했다고 판단한 근거는 네 가지다.

실내 인증시험을 여러 번(5회) 반복하자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의 작동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1회째 실험에서는 장치가 정상 가동된 반면, 2회째부터는 장치의 작동이 줄었고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차량 전자제어장치가 1회 실험이 끝나면, 인증시험이 끝난 것으로 오인해 일어난 것으로 환경부는 추정했다. 결국 인증시험만 통과하도록 제작사가 '눈속임'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6회째 실험에서는 급가속 등 특정 조건에서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의 작동이 아예 중단됐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 실내 인증시험과 다른 환경을 만들었을 때에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도로주행 실험에서도 실내 시험 때보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번에 적발한 티구안 차량은 저감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인증시험 기준치의 19∼31배로 치솟았다. 배출량 범위는 0.8g/㎞∼1.38g/㎞였다. 이는 미국에서 조사한 제타 차종보다는 낮고, 파사트 차종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 왜 눈속임했나…모든 제작사로 불똥
현재 회사 측은 "구체적인 내용은 조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에서 문제가 됐던 차종 일부에 대해서만 불법 조작을 시인한 상태다.

환경부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조작 동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선, 디젤차의 질소산화물 과다배출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다만, 과다배출을 완벽히 해소하려면 차량 제작단가가 크게 상승한다.

폴크스바겐 측은 제조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가 또는 소형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사용하는 대신 조작을 통해 '인증시험'만 통과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저가의 저감장치(LNT 방식)는 40만원 안팎이지만, 효율이 높은 저감장치(SCR 방식)는 200만원 안팎이 든다. 또 다른 요인은 '고연비, 저NOx 차'라는 이미지를 시장에서 각인·유지하려는 욕구다. 연비는 뛰어나면서도 친환경 이미지가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환경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 디젤차를 판매 중인 모든 제작사로 조사를 확대한다. 국산 및 수입차 16개사의 대표 차종 1종씩 조사한다. 인증모드 반복실험, 전자제어장치 점검, 다양한 조건에서 실내 실험, 이동형 측정장비를 활용한 도로 주행 등 조사 방법을 활용한다.

불법이 드러나면 리콜명령, 인증취소, 과징금, 판매정지 등 제재가 뒤따른다. 리콜 차량에는 스티커를 부착해 표시할 계획이다.

환경부가 4가지 제재 조치를 한 회사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리콜과 관련, 폴크스바겐 홈페이지에 25일부터 배출가스 저감장치 동영상이 게시됐다고 환경부는 소개했다. 여기에 나오는 '플로우 트랜스포머' 등 장치가 향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도로 주행시의 배출가스 허용기준이 완비되지 않은 문제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고 보고, 관련 기준을 내년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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