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야속했던 아버지 … 이젠 이해해요"

▲ 김옥환 조합장(사진 오른쪽)이 닮은꼴 아들 김기성씨와 함께 밝게 웃고 있다. /사진=전우용 기자

집 일보다 이웃 일 발벗고 나섰던 아버지 부실했던 재무구조 5년연속 1등급 대열로 20년이상 경험 노하우로 조합원 돕기 앞장 닮은꼴 아들도 아버지의 자취밟아 농협맨

서부농협 새둔산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김기성(28)씨는 어린 시절 농사일을 하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는 남의 밭이나 논으로 가는 것이 차라리 빨랐다.

김씨의 기억으로는 집안 농사일보다는 이웃 농민들과 함께 남의 밭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더 익숙하고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의 일에 발 벗고 나서던 아버지는 지금은 농협의 조합장으로 그 당시보다 더 바빠졌고, 주말도 없이 매일같이 늦는 아버지가 마냥 야속했던 아들은 이제 농협이란 한 울타리 안에 들어와서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신탄진농협의 김옥환(63) 조합장은 지난해 7월 치러진 조합장 선거에서 경쟁 후보 없이 무투표 당선돼 3선고지에 올랐다.

김 조합장은 지난 95년 주변의 권유를 받아 조합장 선거에 뛰어들었다가 덜컥 당선됐다.

이후 조합원들의 권익 챙기기에 나섰던 김 조합장은 지난 99년에는 큰 표 차이로 경쟁자를 따돌리며 재선됐고, 이제는 지역 내에서 맞설 만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조합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김 조합장이 장기집권(?)하던 9년간 신탄진 농협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실했던 재무구조는 전국의 지역 농협 중에서 5년 연속으로 1등급 조합으로 평가를 받을 만큼 탄탄해졌고, 우량 고추와 과수 등의 묘목 지원사업을 펼쳐 조합원들의 신임도 두터워졌다.

실례로 모종 공급사업은 조합원들에게는 사전 주문을 통해 영농비 절감 효과가 크지만 농협 입장에선 위험도가 커 기피하는 사업 중 하나다.

농협에서 공급받은 모종에 문제가 생겨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거나 수확이 부실했을 경우 그 뒷감당은 농협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조합장은 조합원에게 확실한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만큼, 20년 넘게 농사를 통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값싸고 확실한 모종을 선택해 조합원들에게 공급했고, 이는 곧바로 수확량 증대로 이어졌다.

이는 농촌지도자 출신으로 고추 등의 시설원예를 재배했던 김 조합장이 나름대로 터득한 작물 재배 요령으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정통 농사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사일만큼은 자신이 있어 작목반장 등을 맡아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주변의 농가를 돕기도 하고 새로운 작물 재배법이 나오면 마을을 돌아다니며 전파하기도 했습니다."

김 조합장은 지금도 그 당시를 회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지만, 늘상 바쁘기만 한 아버지를 먼 발치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식구들 입장에선 달가웠을 리가 없었다.

"본인은 좋아서 하시는 일이지만 주말도 없고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아 며칠씩 아버지 얼굴을 못 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처지에 집안 농사는 제쳐 두고 이웃 농민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아버지를 지켜봐야만 하는 아들은 그저 야속하기만 했다.

그런 아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선택한 전공이 '농생물학'이었고, 취직을 위해 응시원서를 제출하고 입사시험을 본 곳도 '농협'이다.

2001년 농협에 입사해 3년차 농협맨이 된 김씨는 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것처럼 조합원인 농민들과 동고동락하던 아버지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김씨는 농협 내에서 금융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농협 직원으로서 '농가일손돕기'나 폭설 피해 발생시 피해 복구작업에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면서 조합원인 농민들과 농협이란 조직에 대해 새삼 많은 것을 곱씹어 볼 수 있었다.

"나보다는 우리를 염두에 두셨다는 점과 농촌과 농업인의 현실을 직시하고 곧장 실천으로 이행할 만큼 아버지의 속깊은 뜻을 이제서야 새삼 깨달은 셈이죠."

김씨는 앞으로 전공을 살려 농촌지도업무를 담당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버지가 해 온 것처럼 자신도 농사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교육과 농사기술지도 업무를 펼치고 싶기 때문이다.

정장보다는 점퍼차림이 더 잘 어울리는 김 조합장은 '돈이 있어야 각종 지원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소신으로 수익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조합원들의 편의와 수익 창출이 가능했던 신탄진농협의 '장제사업'처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사업 구상에 여념이 없다.

실제 지난 96년 시작한 '장제사업'은 시행 초기 주변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며 연간 100여건의 넘는 이용 건수로 확실한 뿌리를 내리면서 수익 창출과 함께 지역 내에서 신탄진농협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구축하는 원동력이 됐다.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사업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김 조합장은 모든 사업 추진의 결정 여부는 "조합원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느냐가 최우선 과제"라며 그 이외의 것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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