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학과 3가지 주제로 시험
자료·설명생략 주제어만 제시‘황당’
다른 주제 학생들엔 자료사진 제공
“이렇게 무책임·불공정 평가 처음”
대학측 “공식 입장 표명 여부 논의”

청주대의 수시모집 실기시험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인 청주대 산업디자인학과는 실기시험으로 기초 디자인, 사고의 전환, 발상과 표현 3가지 주제로 나누어 시험을 치른다.

문제는 청주대에서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기초 디자인’이다. 보통 기초 디자인은 소재에 대한 사진이나 설명을 제시하면 입시생들이 감각적으로 정밀 묘사를 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치른 실기시험은 별도의 자료와 설명을 생략한 채, ‘드론’이라는 주제어를 칠판에 써주고 분해·조합해 새로운 형태의 3가지 제품을 구성하라고 제시했다.

주제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기에 정확한 형태를 그려야 하는 기초디자인 선택 입시생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드론’을 자세히 알지 못해 빈 종이를 제출하거나 손도 못대고 방황했다. 또한 드론에 대해 알고 있어도 설명과 자료 없이 정확히 묘사할 수 있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같은날 사고의 전환을 주제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똑같이 ‘드론’에 대해 과제가 주어졌지만 자료 사진이 제공됐다. 주제의 성격은 다르지만 점수를 종합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입시의 특성상 과제물 사진을 제공받지 못한 입시생은 제공받은 입시생보다 불리했다는 설명이다.

입시생 A(19·여) 씨는 “시험장에서 감독관에게 드론에 대해 물어보니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그리라’고 말했다”며 “드론을 알아도 실물의 모습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어 기초디자인을 선택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억울해 하고, 심지어 우는 학생들도 있었다”며 “이렇게 무책임하고 불공정한 평가는 처음”이라고 분개했다.

대전시 소재의 한 입시미술학원 원장은 “대학 측이 사진 등의 자료를 제시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추가설명이 필요하다”며 “드론에 대해 간략한 추가 설명이 있었다면 입시생들의 불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현재 해당학과에서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할지 논의 중이며, 예민한 사안이라 쉽게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청주대의 입시 형평성 논란은 인터넷·SNS 등으로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수능 언어시간 문학파트에서 시 제목만 알려주고 문제를 풀라는 것과 같다”며 “열심히 준비한 입시생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완종 기자 lwj@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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