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유병덕 충남도 복지보건국장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10만명당 12.1명)의 2배로, 10년 넘게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충남지역의 자살률은 우리나라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노인 자살률은 전국 1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해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와 '충남 자살 원인 규명 심리사회적 부검'을 실시한 바 있다. 자살자의 유가족과 지인, 담당 수사관, 보건진료소 소장 및 직원 등을 심층 인터뷰하고, 고인의 유서·일기 등 개인적 기록과 병원 진료기록 등을 분석해 자살 원인을 찾아 또 다른 불행을 막자는 취지에서였다.

심리사회적 부검 결과, 자살 사망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1주일 전 쯤 평소와 다른 언행을 보였다. 자살자의 52%는 고마움과 부탁 등 평소 안하던 표현을 하고, 굶거나 폭식을 하며, 폭력을 행사하거나 부모 묘소를 참배하고, 통장 정리 및 양도, 농약창고 배회 등 이전과 다른 행동을 보였다. 또 40%는 '먼저 가고 싶다'는 등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했으며, 24%는 의존하던 가족과 떨어지게 된 점을 힘들어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동을 죽음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마지막 도움 요청 신호로도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자살자의 가족 등 주변인 76%는 자살을 예상하지 못했다.

충남지역에서 자살률이 높은 원인으로는 △자존심이 강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해 어려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며 △가부정적인 성향이 원활한 소통을 저해하고 필요한 도움 제공 기회를 차단하는 등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문화'가 지목됐다.

충남도는 도민의 마음건강 증진을 위해 자살예방 대책 추진계획을 수립·추진 중이다. 우선 자살 예방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구축해 생명사랑지킴이 활동(4500명)과 생명사랑 행복마을 육성, 유관기관(부서) 융복합 추진체계 유지,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광역 및 기초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24시간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했고, 소방 및 경찰과의 협업을 통해 즉시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둘째, 고위험군 조기 개입 및 위기관리 중점 추진체계를 구축해 우울증 선별검사(14만 4000여명)및 치료비(6000여명)지원, 자살 고위험군 멘토링사업, 자살예방 상담전화(1577-0199)운영, 독거노인 방문간호사업 등 연계 현장관리, 자살 시도자 및 유가족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셋째, 생명존중·자살예방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생명존중 문화 조성 및 건강사회를 만들기 위해 아동·청소년 생명존중 교육 및 정신건강 관리, 자살예방 전문가 양성 및 현장실무자 교육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도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계층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자살예방 캠페인 등도 체계적·유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넷째로,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삶을 마무리하도록 돕고, 고독사 및 자살예방을 위하여 행복경로당, 노인복지관, 독거노인 공동생활시설을 대상으로 죽음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호스피스 의료시설 확충계획 등 노인자살예방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충남도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자살예방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가동 중이나, 모든 도민이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려울 때 일수록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손을 내밀어 보자.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옛말처럼 바로 내 옆에는'우리'가 있음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마음이 건강한 충남, 생명사랑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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