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김민경 청주농업기술센터 주무관

첫 발령을 받고 6년의 재직기간 중 2번의 육아휴직을 마친 후 직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임신이라는 마냥 기쁜 마음과 직원들의 많은 배려와 도움으로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이라는 긴 기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이 생각처럼 녹록치만은 않았다. 출산휴가 3개월간은 대체인력을 채용할 수 있지만,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농촌지도사라는 특성으로 인해 전문성 결여와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체인력에만 온전히 의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필자의 업무는 고스란히 팀원에게 돌아갔고 미안한 마음을 안고 출산휴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인사이동을 통해 자리가 메워졌고, 다행히 마음의 큰 짐을 덜고 육아휴직을 잘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인사이동을 통한 인원 충원이 가능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대기인력을 채용해 놓을 수 있지만, 그 또한 많은 예산이 들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챙기는 것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임신을 거치며 자진사직을 고려하기도 한다. 물론 필자의 주위에도 실제로 사직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에서는 업무의 공백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장뿐만 아니라 나 조차도 공백기간에 대해 두려움을 가졌었다. '업무의 연장성이 떨어지면 어쩌나', '나만 뒤처지는것 아닌가'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그 시기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육아라고 생각했다.

휴직 기간 중 처음 접하는 육아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겪어보지 못했던 어려움도 있었고, 이를 극복해낸 후 즐거움 또한 배로 느낄 수 있었다. 직장생활 중 만들어주지 못했던 아이의 동네친구도 생겼고, 엄마들과의 교류를 통해 육아정보를 듣는 등 아이와 그 주변환경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귀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추억 쌓기도 하며 즐겁게 육아휴직 기간을 보냈다.

복직을 한 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생겼다.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아이와 살림을 챙겨야 한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 아이가 전업주부의 아이에 비해 뒤쳐지지는 않는지 걱정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 아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워킹맘이라 잘 챙겨주지 못해 그런가'라고 생각해 아이에게 불안과 조급함을 안겨줄 때도 있다. 직장에서도 균형을 잡기 어렵다. 온전히 내일에만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불안한 외줄타기 일상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집에서는 남편과 합심하고, 직장에서는 팀원들과 여러 동료직원들의 도움으로 잘 헤쳐나가고 있다. 내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고 한결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든든한 백(back)이 있어서이다. 이 백을 믿고 서로 존중하는 능동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면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맡은바 책임을 다하는 슈퍼 워킹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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