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차기욱 한국수자원공사 댐·유역관리처장

'가뭄'은 홍수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자연재해 중의 하나지만, 우리나라 도시의 대부분은 수도꼭지만 틀면 항상 수돗물이 나오고 있어 홍수피해에 비해서 가뭄피해는 체감율이 떨어진다.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가뭄은 아프리카나 일부 도서 산간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매년 봄가뭄이 발생하고 여름철 비가 오면서 자연스럽게 가뭄이 해소되어 일회성 이슈로 끝나고는 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심각하다. 한강의 경우 지난 6월 가뭄으로 전력 생산을 담당하는 발전 전용댐(화천·춘천·의암댐 등)과의 연계운영 및 하천유지용수 감축 등을 통해 일단 한고비를 넘겼지만, 내년 홍수기 전까지 용수공급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또한, 금강은 충청남도 서북부 8개 시·군에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 유역의 강우량이 예년의 절반 정도인 650mm, 장마철인 6-8월에도 예년 평균치인 707mm의 40% 수준인 285mm에 그치면서, 저수율이 약 25%로 예년의 40%에 불과한 실정으로 대청댐(38.8%)이나 소양강댐(43.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현재 하천유지용수를 감축하여 공급 중이다. 게다가 기상청은 10월까지 충남 서북부 지역 예상 강우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보령댐 유역은 용수공급이 가능한 댐들이 없어 연계운영도 불가능한 실정으로 가뭄이 지속되면 10월 초부터 보령댐 유역 8개 지자체에 용수 공급 감소는 물론 충남도 서북부지역의 유일한 광역상수원 고갈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해보고자 K-water에서는 충청남도, 보령시 등 관련기관들과 협력하여 제한급수에 따른 절수운동 및 대국민 홍보 강화를 전개하고 있지만, 캠페인만으로는 가뭄에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시행하여 총 7.2억㎥의 용수를 추가 확보하였으며, 금강에 설치된 3개보에는 약 45백만㎥의 물이 항상 가득 차 있다. 따라서 보에 취·양수장 및 관로가 설치된 지역은 보 용수 활용을 통해 가뭄이 해소되었지만, 이러한 수자원 시설물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반복적인 가뭄을 겪고 있다. K-water에서는 확보한 보 용수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와 협의하여 지난 5월부터『4대강 수자원 활용 개선방안 수립 연구』를 수행 중이나, 완료 시점이 '16.10월로 세부설계 등 행정절차 등을 감안하면 실제 사업 시행은 빨라도 17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충남 서북부지역은 1990년이후 2~3년마다 크고 작은 가뭄과 7년 주기의 극한 가뭄이 발생했음에도 별다른 대책없이 현재까지 지속되어 왔으며, '16년 홍수기 전 저수량 고갈시 대규모 물부족 사태 발생으로 막대한 사회적 피해발생이 우려되는 실정으로 조속히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댐 건설을 통한 수자원 추가 확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많은 비용 및 시간이 소요되므로 현 시점에서는 금강수계에 확보된 보 용수를 시설(관로 등) 설치를 통해 보령댐 지역에 물을 공급함으로써 항구적으로 가뭄에 대비할 수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등 모든 일에는 적합한 시기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그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내년 보령댐이 극한 가뭄으로 간다면 그 때는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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