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김돈곤 충남도 자치행정국장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환경은 인류공동체의 당위와 소망을 담은 주된 화두로 널리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경제적 삶의 변화와 민주주의 진전에 따라 인권에 대한 관심이 사회 각 분야에서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사회·정치적 문제를 인권적 관점에서 이해하게 됐고,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인권문제가 등장하게 됐다. 우리사회의 주요 화두로 등장한 인권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중요한 기준이자 길잡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에서의 인권보장 및 증진정책은 녹록치가 않다. 아직 걸음마 단계다. 중앙정부에서 각 부처·분야별 보조금사업으로 시달되는 시책을 집행하는 정도다.

인권정책은 지방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야만 한다. 먼저 국제기구나 국가보다 지방정부가 인권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주민과 더 가까이 있고, 국가의 업무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이 분권화돼 지방정부가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 농어민, 노인, 이주여성, 장애인 등 많은 인권취약계층이 지방도시에 산다. 더 나아가 책임과 연대의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지방도시가 유리하다.

지방차원에서 인권문제에 능동적·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중앙정부에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차원의 인권기본법 제정이다.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한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구체화한 법률을 제정해 국가가 국민의 인권을 보호, 존중할 책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률체계에서는 노인, 아동, 한부모 가족, 장애인, 청소년 등에 관한 개별법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인권관련단체를 아우르는 법률이 없어 행정 및 재정지원의 법적근거 부재로 인권의 지역화 및 전국적 확산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지방행정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에 인권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 지방정부와의 인권증진 협력에 관한 사항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따라서 행정자치부에 자치단체 인권전담부서 설치로 중앙정부와 지방간 인권업무의 조정, 통합, 조율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셋째, 인권가치의 전국적 확산 추진동력이 필요하다. 지방에서의 인권정책은 자치단체장의 추진의지에 따라 제각각 운영되고 있다. 그나마 일부 단체장의 경우 인권은 진보적이며 투쟁의 산물이라는 선입견으로 무관심(사업우선순위 배제)하며, 즉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더구나 국가차원의 인권지역화에 대한 규범과 추진체계의 부재, 지방재정부담으로 인한 인권관련 자체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에서의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한 인권관련사업 추진 시 일정부분 국비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방자치단체 인권조례 제·개정 권고, 실효성제고를 위한 인권교육 및 프로그램 개발 지원, 전문가 워크숍 개최 등 지역사회 인권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의 한계, 집행기능이 없는 위원회의 특수성으로 인해 업무추진에 상당히 제약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국민의 삶의 질과 인권의식이 성숙됐다. 지역주민의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하여 정부차원에서 제도개선 의지를 갖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권정책업무를 추진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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