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김홍순 대전시 균형발전과장

대전은 철도와 함께 달려왔다. 일제의 식민 수탈 도구로 건설이 시작된 경부선 철도는 1905년에 완전 개통했고, 1914년엔 호남선이 개통했다. 이 후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에 머물지 않고 시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풍속까지 바꿔 놓았으며 대전을 국토의 중심인 근대도시로 발돋움케 했다.

1990년부터 경부고속철도 건설 계획(1, 2단계)이 수립됐다. 대전 도심구간(한남고가차도~판암IC, 총연장 6.7km)은 대구 도심구간과 더불어 2단계 사업에 포함됐고 최초 기본계획에 지하화로 수립됐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과 안전, 기술적 문제 등이 논란이 되어 지하화와 지상화, 다시 지하화로 수차례 수정된 바 있다.

2001년부터는 최종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재논의가 시작됐다. 시에서는 관계기관과의 끊임없는 협의와 전문가의 종합적인 연구 검토, 각계 각층의 폭 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수십 년이 걸려도 추진키 어려운 철도변 도시기반시설 정비를 전제 조건으로 지상화 건설을 수용하는 과감한 의견을 제시하였고 2006년도에 이 안이 확정됐다. 그 후 설계과정을 거쳐 2008년 말 한남고가차도 개량공사를 착수해 오늘에 이르렀다. 참으로 기나긴 여정이었고 중앙과 지방간 상생과 대타협의 의미 있는 산물이었다.

경부고속철도변 정비 사업에만 총사업비 4997억원의 초대형 예산 투입이 결정됐으며, 경부고속철도 본선 구간을 제외한 철도변 정비 사업을 우리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 간 위수탁 협약을 체결해 지역건설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며 공단과 시가 함께 추진하게 됐다. 시에서는 많은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54개 공구로 분할 발주하여 공사를 시행했다.

복합 활용 공간에는 철도변에 아름다운 녹(綠)을 입히고 주민 휴게공간을 조성하여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될 것이다.

상전벽해와 같다. 원도심 발전의 장애물로 상징되던 낮고 협소한 지하차도가 새롭게 개량되거나 신설됐다. 철도 건널목도 사라졌다. 하루 수천 명이 건너던 길에 울리던 종소리와 안전원들의 모습들이 추억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시발전을 저해하던 가장 큰 장벽이 이젠 변화하여 원도심 균형발전의 초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첫째, 신탄진 대전철도차량정비단 인입선 이설의 관철이다. 인입선의 도심관통으로 도시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만큼 충청권 광역철도망 건설 사업과 연계한 도시 외곽으로의 이전으로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하여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해소해야 한다. 충청권 광역철도망 사업의 예타가 통과돼 사업이 함께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당 사업에서 제외된 경부선·호남선·대전선 철도변의 정비다. 당 정비 사업에서 제외된 낮고 협소한 가도교는 화재 등 재난발생시 긴급차량 통과가 불가능해 재난안전 대응 차원에서도 통행량이 많은 가도교의 정비는 시급한 문제다.

셋째, 충청권 광역철도망 사업이 가시화되어 호남선을 도시철도 노선으로 활용할 때 새로 리모델링되거나 신설되는 역사를 중심으로 한 주변 도시재생사업을 잘 마련해 낙후된 시가지에 활력을 주는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 고속철도변 정비 사업으로 막히거나 불편했던 교통과 발전의 맥이 뚫렸고 미래를 여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교통·문화·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원도심은 다시 활력을 찾고 동서로 단절된 흐름을 다시 이어갈 것이다. 대전시 내 철도 주변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또 다시 지역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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