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 1~6월까지 세종시 공무원들의 국내출장비는 106억59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6000만원,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8000만원에 달하는 출장비를 길거리에 쏟아 부은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해 출장비는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동안에는 출장비로 75억6000만원을 사용했다. 중앙 부처들이 세종시에 둥지를 튼 지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직원들의 출장은 여전하다. 여간 비효율이 아니다.
외교부 등 6개 부처를 제외한 정부부처가 세종시에 있음에도 서울에서 회의를 하는 관행이 이어져오고 있다. 국무회의 등 주요 국정협의체 회의의 70% 이상이 서울에서 개최된 것으로 밝혀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후 간부들에게 가급적 세종시에 머물라고 지시했으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업무를 처리하려면 출장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장으로 인한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원격화상회의 시스템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활용도가 낮다. 세종청사에 23곳의 화상회의실과 국회 전용 회의장이 마련돼 있으나 이용실적은 14%로 미미하다. 잦은 출장은 행정의 품질과 관련이 있다. 세종과 서울을 왕복하려면 최소 4시간은 걸린다. 공무원의 피로도는 누적되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민원인이 방문하면 이 또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세종시 국회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의 세종시 설치를 요구하는 건 그래서다. 한해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출장비로 지출하는 한 세종시의 조기 정착은 요원하다. 회의는 서울에서 해야 한다는 중앙집권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화상회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출장을 대체할 수 있다. 출장 자제령을 내려서라도 세종시가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