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올 상반기 출장비용이 106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주로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교통비 등에 쓰이는 비용이다. 18개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각종 회의가 여전히 서울에서 열리다보니 세종시 공무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출장 보따리를 싸기 일쑤다. 정기국회가 열리면 아예 여의도 주변에서 진을 치느라 출장일수는 더욱 늘어난다.

올 1~6월까지 세종시 공무원들의 국내출장비는 106억59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6000만원,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8000만원에 달하는 출장비를 길거리에 쏟아 부은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해 출장비는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동안에는 출장비로 75억6000만원을 사용했다. 중앙 부처들이 세종시에 둥지를 튼 지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직원들의 출장은 여전하다. 여간 비효율이 아니다.

외교부 등 6개 부처를 제외한 정부부처가 세종시에 있음에도 서울에서 회의를 하는 관행이 이어져오고 있다. 국무회의 등 주요 국정협의체 회의의 70% 이상이 서울에서 개최된 것으로 밝혀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후 간부들에게 가급적 세종시에 머물라고 지시했으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업무를 처리하려면 출장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장으로 인한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원격화상회의 시스템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활용도가 낮다. 세종청사에 23곳의 화상회의실과 국회 전용 회의장이 마련돼 있으나 이용실적은 14%로 미미하다. 잦은 출장은 행정의 품질과 관련이 있다. 세종과 서울을 왕복하려면 최소 4시간은 걸린다. 공무원의 피로도는 누적되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민원인이 방문하면 이 또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세종시 국회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의 세종시 설치를 요구하는 건 그래서다. 한해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출장비로 지출하는 한 세종시의 조기 정착은 요원하다. 회의는 서울에서 해야 한다는 중앙집권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화상회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출장을 대체할 수 있다. 출장 자제령을 내려서라도 세종시가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