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태 침례신학대학교 교수

지난달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후에 법의 판결에 대한 의식을 포함한 다양한 변화들이 나타났다.

그중 헌법재판소의 권한 행사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도 높아졌다. 이전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관습헌법'이나 '법적 판단의 정당성'과 같이 일반인들에게 아주 생소하고 낯선 개념들이 보도됨으로써 일반시민들은 헌법재판소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사회의 중대한 사안이나 쟁점에 대한 판결이 결국에는 헌재에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되고 진행된다는 사실이다.이런 맥락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통해서 일반시민들에게 알려진 헌법재판소의 위상과 권위를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일이 있으면 그곳에 몰려 자신들의 권리와 요구를 주장하는 데모를 벌이는 형국이다.
?이제 모든 쟁점을 헌재로 떠넘기는 일이 잦아졌다고 할까.

그런데 헌재의 재판관들은 모두 개인들이다. 개인이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인식적 선호성에 따라서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잣대라고 믿었던 법을 다르게 해석하는 개인들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거나 '누구나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법치주의적 이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의 법 해석에 있어서 상대주의적 성향과 객관주의적 성향으로 나누어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시민들의 관심이 이제 우리 사회에 헌재 재판관 구성의 문제점이 부각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여진다.

비대해진 권한은 민감한 논란일수록 더욱 문제를 야기하는 법이다. 이는 그들의 결정이 사회적 가치를 결정하는 기구가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연방대법관 임명은 아마도 미국 대선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임명을 둘러싸고 인준의 과정과 절차가 대단히 까다롭다. 미국의 경우에 대법관 임명은 대통령이 관련 단체인 미국 변호사협회의 의견을 경청하여 후보를 지명한 뒤 상원의 인준을 받는다. 하지만 대법관 인준청문회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 가운데 가장 까다롭다.

이는 대법관의 판결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으며 대법관 한 명의 개인적 정치 성향이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최고재판소 재판관의 정년이 70세라는 규정만 있을 뿐 임기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규정은 국민심사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하여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일본의 국민심사는 대법관의 사명과 역할의 중요성을 보다 강조하려는 데 있다. 대법관 임명 권한은 내각에 있지만 임명 이후 첫 중의원 선거 때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 만일 투표자의 과반수가 반대하면 대법관은 자동적으로 파면된다.

이후에도 10년마다 중의원 선거 때 중간평가 형식의 국민심사를 치르도록 규정해 놓아 국민들이 대법관의 활동과 법적 판결에 관심을 가지고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법조 엘리트 코스만을 밟은 판·검사 출신 일변도이기 때문에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이해하거나 국민의 의식이나 민의를 파악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해 집단의 반발이 따르고 사회적 갈등이 부각되며,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의 횡포가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데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느 한군데 기댈 곳 없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헌재가 되려면 그곳에서 결정하는 재판관 개개인을 잘 선별하여 선택하는 일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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