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치러진 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4년 전처럼 '재검표' 사태가 재현될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할 지경에 놓였다.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재검표 사태는 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결정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가까스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선에선 오하이오주에서 부재자 및 잠정 투표 문제를 놓고 존 케리 후보 진영에서 법정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져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미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 외에도 대통령제의 종주국이자 민주주의 산실로 대접받아 왔으나 독특한 간접선거방식에서 또다시 난맥상을 드러내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처지다. 미국의 정치적 변화는 다른 나라의 정칟경제와 안보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혼란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번 미국 대선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 상태다. 미국 대선 결과가 국내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핵 위기, 한미동맹, 통상문제 등과 맞물려 격랑이 예상된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미국 국익 우선의 대외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지만 미국의 패권을 추구하는 부시 대통령과 국제적 협력주의 복원과 다자주의를 주장한 케리 후보의 입장차는 한반도 정세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게 뻔한 상황이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의 여파로 혼란이 장기화되는 사태가 빚어질 경우 국내 외교, 경제 부문은 그렇지 않아도 첨예한 마찰이 지속되고 있는 국내 정치상황과 맞물려 상당한 홍역을 치르게 될 우려도 없지 않다. 미국도 세계로부터 최강국의 정통성이 도전받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발생한 혼란을 법적 절차 등에 따라 슬기롭게 수습한 것처럼 미국민들이 이번 사태도 슬기롭게 대처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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