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및 기관, 단체들이 쓰레기 분리배출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직사회 및 사회지도층 의식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우려된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대전시지부 조사 결과 관공서를 포함한 28개소 중 재활용 분리가 지켜지는 곳은 1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조사 시기와 경로, 표본추출 방법 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대민홍보, 계도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스스로의 실천에는 소홀한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그대로 노정한 셈이다.

재분리 수거가 가능하도록 배출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고 일부 부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와 혼합배출 하는 등 최악의 상태를 드러냈고 필요 이상으로 규격이 큰 종량제 봉투를 낭비하는 경우도 대부분이었다. 관급물자 사용의 비효율성이 지적된 지 어제오늘이 아니건만 아직껏 별다른 개선의 기미가 없다. 내용물에 관계없이 대부분 고급 대형 4각 봉투를 그것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것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관급 조달물자를 낭비하면서 쓰레기 배출 수칙마저 지키지 않는 악습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봉투 앞면에 수신, 발신자 및 제목 적는 칸을 인쇄하여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배려한 봉투가 슬그머니 사라졌고 정부 로고가 찍힌 각종 사무용품이 개인용도로 사용되는 폐해도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할 대목이다. 그것은 공직기강에 대한 소박한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 제도가 전면 시행된 후 생활쓰레기 발생량이 급감하는 등 시민들의 준법의식 함양은 고무적인 반면 관공서의 고식적 태도와 안일한 의식은 여전하다. 대전시가 내년부터 시행계획인 '동별 재활용 경진대회' 같은 쓰레기 분리배출 장려시책이나 쓰레기 매입장, 소각장 반입 쓰레기 감시, 규제활동 대책도 바람직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입안·시행하는 공직자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서는 자세일 것이다. 날로 성숙해지는 시민의식을 따라오기 힘든 공직사회 풍토에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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