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자 남서울대 총장

오곡백과가 한층 풍성하게 결실을 맺어 가는 가을이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우리는 자연의 섭리 앞에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또한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결실을 맺게 하였는가를 자문하게 한다. 과연 무엇이 우리에게 유익을 주며, 내면의 가치를 아름답게 가꾸어 줄 수 있을까.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높푸른 하늘을 보면, 자연스레 인간은 사색적으로 된다. 이처럼 계절의 감각은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생체리듬이 사색적으로 되기에, 가을은 독서하기에 알맞은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색에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로 마음을 살찌우는 일이요, 사색을 통해 마음을 밝게 하는 일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들을 흡수하는 것은 물론, 교양과 정서의 함양이라는 측면에서도 독서는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화활동인 것이다.
?비록 젊음은 짧은 순간일지라도 독서를 통한 감동은 오랫동안 지속된다.

필자가 대학 2학년 때 접했던 아우구스티누스의 '참회록'은 삶의 본질과 진리를 깨우쳐 준 한 권의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필자가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젊은 시기에 '절망적인 죄인에게도 신의 은총은 베풀어진다'는 신의 찬미가 온갖 역경 속에서도 나를 인내하게 하였으며, 오늘날 기독대학교를 설립하여 하나님의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는 일에 앞장설 수 있는 파수꾼이 된 것도 다름 아닌 이 한 권의 책이 준 감명 때문이었다. 진정으로 나에게 유익을 주는 것을 책에서 발견한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온종일 밥을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생각을 해 보니 유익한 것이 없었으며, 오직 배우는 것만 같지 못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學而不思 則罔(학이불사 즉망)', 곧 사람이 배우기만 하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어둡다고 하였다. 화려한 문명의 혜택 속에 부족함이 없이 살아가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더욱더 책을 읽고 사색하며 꿈을 설계해야 한다.

며칠 전,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캠퍼스 곳곳의 단풍나무 아래 벤치에서 독서하는 젊은이들을 보았다. 독서를 통해 꿈을 먹고 미래를 사는 것 같아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요즘의 많은 젊은이들은 책을 읽는 것도 꺼리거니와 심지어 생각하기조차 싫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삶과 교육의 방편들이 컴퓨터와 같은 비인간적 보조도구를 통한 사물화된 기능 중심의 교육 탓 때문일까. 철학이 부재하고, 종합적·논리적인 사고능력이 저하되었다는 비판적인 쓴소리들을 교육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깊이 반성하며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일찍이 영국의 시인이며 비평가인 매슈 아놀드는 교양의 3대 요건을 독서와 사색과 관찰이라고 했다.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독서를 통해서만이 사색과 관찰이 가능한 일이다. 비록 현대의 현실 생활이 옛날처럼 한가로이 벤치에나 앉아 사색을 하거나 독서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 독서하며, 기계문명에 의해 메말라진 인간적 정서를 회복해야 한다. 더욱이 이럴 때일수록 독서하고 사색하고 삶을 진지하게 관조해 보는 시간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독서는 다양한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깊고 폭넓은 사색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사색 후에 고귀한 생각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특히 대학의 학풍으로 이어진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소망과 비전은 화려한 무지개로 펼쳐질 것이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젊은이들에게 한 권의 책읽기를 간절히 권면한다. 독서를 통해 조용히 사색하고 관조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인생이 날로 값지고 새로워지는 것을 발견하는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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