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 저소득층 긴급지원 대상자 선정 작업 과정에서 드러난 결과가 놀랍다. 겨울나기가 벅찬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대상자 선정 작업을 벌였으나 막상 조사에 착수하고 보니 실제와 너무나 판이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궁핍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거나 고급 승용차를 소유한 경우가 꽤 많아 관계자들이 어리둥절할 정도였다고 한다.

대전시는 당초 전기세나 수도세 체납 등을 기준으로 할 때 지원대상 가구가 2만 1000가구 정도에 달할 것으로 파악했다. 여기에는 주변에서 간접 신고된 3000여가구가 포함됐다. 각종 공과금조차 제때 내지 못하는데다 주위에서 지원을 해 줘야 된다는 건의도 있는 만큼 대상자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무려 70%에 달하는 1만 5000여가구가 기준치를 넘어선 재산을 보유했거나 잘못 신고돼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형편이 넉넉지는 않아도 공과금을 내지 못하거나 당장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의 극빈층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반면 지원은 절실하지만 알량한 재산에 발목이 잡혀 안타깝게 탈락하는 가구도 상당수에 달했다는 전언이다.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도 비슷한 경우다. 정작 입주해야 할 저소득층은 뒤로 한 채 살 만한 이들이 버티고 눌러앉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들 몰지각한 시민들에게 소형 평수의 보금자리라도 얻기 위해 줄 서 있는 저소득 가정의 눈물겨운 사정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이런 불합리를 막으려면 꼼꼼한 조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 가진 자들이 행여 수혜대상에 포함된다면 지원이 꼭 필요한 가구는 오히려 제외되기 십상이다. 이래선 안 된다. 누가 봐도 지원이 절실한 가구가 조금이나마 재산이 있다고 해서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돼서도 곤란하다. 일종의 심의기구라도 설치해 대상자 선정에 객관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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