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내를 관류(貫流)하는 갑천, 유등천, 대전천 등 3대 하천이 난장판이 되고 있다는 소식은 한마디로 시민의식의 실종을 뜻한다. 시궁창이나 진배없이 오염됐던 3대 하천이 되살아나면서 시민의 정서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갑천과 유등천 양안(兩岸)에 산뜻하게 닦아 놓은 산책로에는 언제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철새들이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 또한 정겹기만 하다. 그러나 시민들이 떼지어 몰려들면서 한 달 평균 100여건의 민원이 제기될 정도로 애완견 배설물을 비롯한 쓰레기 몸살과 취객들의 탈선 등으로 난장판을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하천은 난장판이 되거나 하수로가 돼서도 안 된다. 개천이나 강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도시하천은 더러운 것을 흘러내리는 일과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는 없다. 대전의 3대 하천은 대부분 수질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3대 하천은 도시하천의 특성상 수질개선과 치수기능 강화, 생태계 복원으로 시민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 시민 모두의 바람이다. 특히 시가지 중심을 가르는 대전의 3대 하천은 하상공원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대전시가 3대 하천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충정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오늘날 3대 하천을 이 정도로 되살려 놓은 데는 대전시의 꾸준한 정화노력과 시민의 염원이 함께 일궈낸 결과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대전시민은 3대 하천의 지킴이가 돼 더 이상 하천을 더럽히지 않고 깨끗이 가꾸는 데 앞장서야 할 입장이다. 대전시의 젖줄인 3대 하천은 대전시의 얼굴이기도 하다. 3대 하천에 여유롭고 정감이 흐르는 하상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천변은 골프 연습장도 아니며 난장판이 돼서도 안 되는 공공의 장소인 것이다. 당국의 상시적인 단속과 함께 시민의 질서의식을 함양하는데도 한치의 허술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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