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건설·부동산 시장이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가릴 것 없이 거래 자체가 막혀 버렸고, 아파트 분양 계약의 해지로 번져가고 있다. 경제 불황 속에 행정수도 건설이 차질을 빚으며 호재마저 사라져 빚어지는 현상이다. 국토개발과 정부 재정운용 계획을 수정해야 할 지경이니 지역경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여파는 당장 연말까지 예정했던 아파트 등의 분양물량 52%축소 및 연기로 나타났으며, 아예 분양 자체를 포기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중소건설업체의 부도·파산도 불을 보듯 뻔하다. 염려스러운 것은 집값 폭락에 따른 후유증이다. 가게를 운영하거나 아파트 평수를 넓혀 보려고 집을 담보로 은행에 돈 빌린 서민들은 은행의 대출회수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처럼 역전세난까지 재현되면 충청권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물론 전국의 투기자금이 충청권에 유입, 지역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부풀린다고 덩달아 흥분했던 지역 투자자들도 책임을 면할 순 없다. 분양가가 1년 새 20∼30%가 올라도 반발은커녕 분양의 긴 줄에 합류하기 바쁘지 않았던가. 그 배경에는 금융권의 무분별한 담보대출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이제 '대출금회수, 부동산 매물 증가와 가격 폭락, 가계신용 악화, 금융기관 부실화'의 악순환이 시작될 절박한 시점에 놓여 있다.

충청권이 흔들리면 그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본란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이를 입증하듯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최근 한 주 동안 수도권 아파트가격은 하락폭이 오히려 커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충청권 경제가 혼란이 없도록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것도 화급성을 인지한 결과로 해석된다. 행정수도 건설에 버금가는 대안 제시만이 해결책이나 충청권 부동산 규제의 해제, 은행 담보비율의 상향조정과 대출기한 연장 등 단기처방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잡지 않으면 큰 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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