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냐 사고냐' 콕 찍어냅니다

▲ LG화재 보험범죄 특별조사실 윤창호 실장은 숨겨진 범죄자를 쫓는 장외 경찰관이다. /사진=김대환 기자
수수함의 실체를 가린 날카로운 눈빛, 검도로 단련된 단정하고 정제된 몸짓, 상황을 읽어 내리는 예리한 판단력, 말 그대로 물샐 틈 없는 표정이다.

어떤 외압에도 한 점 흐트러짐 없을 듯한 언행, 그는 분명 인정받을 만한 구석이 많다.

LG화재 보험범죄 특별조사실(SIU·Special Investigative Units) 윤창호(55) 실장은 숨겨진 범죄자를 쫓는 장외 경찰관이다.

치열한 두뇌싸움에서 밀리면 끝장인 싸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보험사기.

증거도 없고 목격자도 없는, 오직 심증만 있는 상황에서 범죄도를 그려가는 사설 경찰관인 그는 보험범죄자를 솎아내는 전문 사냥꾼이다.

사고냐 위장이냐의 차이는 범죄를 입증하는 열쇠이면서 눈 감고 코 베이는 어처구니없는 사기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보험사의 고객으로 예기치 못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어루만져야 할 원초적 목적과 선의의 고객을 등치는 범죄자의 사이를 오가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씩 접수되는 보험사고 중에서 '조작된 사고'를 가려내야 하는 윤 실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야 한다.

"자리에 앉아 접수된 사고를 당시의 시간과 현장으로 되돌려 판단해 봅니다. 위치와 상황은 물론 이전 사고접수까지 두루 통찰해야 하는 것이 보험범죄 추적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죠."

윤 실장은 전직 경찰간부 출신이다.

그것도 20년이 넘는 세월을 교통사고 분야에서만 전력 투구한 베테랑 경찰관이었다.대전 동부경찰서와 공주서, 부여서, 충남경찰청을 오가며 교통계에서 잔뼈가 굵은 윤 실장은 사고의 유형과 장소만으로도 '조작된 사고'를 직감한다.

이름 석자만으로도 교통계 경찰들에게 '전문가'로 통했던 윤 실장이 보험회사로 자리를 옮긴 것은 보이지 않는 보험 범죄자들로 인해 속을 끓이던 보험사의 끝없는 러브콜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통범죄 사냥꾼으로 소문난 윤 실장을 보험업계에서 탐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지난 99년에 딴 배를 탄 윤 실장의 진가는 이곳에서도 여지 없이 발휘됐다.

2000년 경찰과 합심해 조직폭력배가 가담한 보험사기단을 적발, 150여명에 이른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던 것이다.

키만큼 쌓아 놓은 서류 속에서도 육감적으로 사건을 찾아낸다.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비해 용의자나 현장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워 깊이 있는 조사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료와의 지루한 두뇌싸움을 반복하게 됩니다."

윤 실장이 여러 악조건과 싸워 이기는 밑천이 검도다.

윤 실장에게 검도는 인생의 축소판, 검도사랑의 원천을 윤 실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윤 실장이 검도 유단자이자 공인된 사범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죽도의 꼿꼿함에 강직한 성품을 새기고, 죽도의 흔들림에 나아갈 때와 후퇴할 때를 배운다.

그의 아침은 검도관에서 시작된다.

여명이 자리 잡기 전 자신이 운영하는 대덕검도관에서 명상으로 하루를 열면 하나 둘 관원들이 제자리를 찾아든다.

수하 관원만 100여명, 체력과 정신에 덧붙여 예(禮)를 가르친다.

"검도에는 '놀람과 공포, 의심과 망설임'이라는 경계해야 할 네 가지가 있습니다. 도전의 연속인 우리 인생은 이 네 가지의 반복된 경험이니 검도에 인생의 길이 있다 할 것 입니다."

이처럼 검도를 사랑하는 윤 실장이 자신들의 가족을 끌어들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부인 이복숙씨와 아들 태식·현식씨를 합하면 9단, 여기에 합기도 3단과 유도 4단인 윤 실장이 가세하면 16단에 이른다.

왜소한 체격에 조용한 말투, 이웃집 아저씨 같은 윤 실장의 겉모습만을 본 사람들은 투구를 쓴 윤 실장의 강인함에 놀란다.

일상을 마감하고 다시 찾는 검도관에서 쌓인 피로를 죽도에 실어 날려버린 뒤 홈페이지 관리에 시간을 투자한다.

1년 365일 변함은 없다.

"일단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은 검도에서 상대방은 읽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의 공격을 간파하고 나의 공격을 숨기는 것은 범죄의 숨바꼭질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기술과 다름 없습니다."

웰빙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게 쓰인다.

적어도 자신이 맡은 바 책임에 나무랄 데 없는 성실함과 그 성실함을 유지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으로 완성작을 만들고 그속에서 인생의 여유까지 찾는 윤 실장의 삶이 웰빙의 척도가 아닐까.
?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