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게 두드리는 인생

▲ 충남도청 환경관리과에 근무하는 오승배(48)씨가 풍물패 '해토'에서 신명나게 장구를 두드리고 있다. /사진=전우용 기자
자질인지 체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릴적 부터 풍물패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운명이라면 운명이겠지요."

충남도청 환경관리과에 근무하는 오승배(48)씨는 풍물패 '해토'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표현하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해토'는 충남도청 직장 취미동아리로 지난 94년 4월 1일 창단된 풍물패이다.

'해토'의 사전적 의미는 얼었던 땅이 녹아 풀린다는 의미로, 우리의 소리와 신명을 해처럼 토해내자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오씨는 설명한다.

비록 오씨가 '해토' 창단멤버는 아니지만 그도 벌써 8년째 활동 중인 베테랑이자 30여명 단원 중 현재 장구잡이 리더격인 '설장구'역을 맡고 있다.

오씨는 풍물패 활동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찾았다고 한다.

"근무가 끝나면 주 2회 모여 풍물연습을 하죠. 연습을 한번 시작하면 3시간 동안 이어지는데 끝나고 나면 땀이 비오듯이 쏟아집니다. 웬만한 운동보다 에너지 소비가 심해요. 이보다 좋은 운동은 없을 겁니다."

오씨가 풍물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인 1977년.

그토록 많고 많은 동아리들 중 그의 관심에 들어온 것은 풍물패 하나뿐이었다. 그는 2년간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 신명나게 북, 꽹과리, 장구 등을 치며 신명난 대학생활을 했다고 회고한다.

그 뒤 15년간 오씨는 그렇게도 좋아하던 장구채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군대 갔다오고 취직 준비를 하느라 활동을 못했습니다. 그리고 정작 취직을 했을 때는 업무를 익힌다고 틈을 낼 수조차 없었죠. 풍물패 활동은 굴뚝같은데 말입니다."

충남도청으로 발령받기 전 오씨는 공주, 청양 등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정작 막내 시절이 지나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시기에는 그의 주변에 풍물패가 존재치 않았다.

그래서 그의 삶은 풍물에 대한 그리움의 연속이었고, 이곳 충남도청으로의 발령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지난 96년 충남도청으로 발령받자마자 풍물패 동아리가 있다는 말에 뒤도 보지 않고 가입을 했다고 오씨는 말한다. 그리고 늘 목말라했던 풍물에 대한 그리움이 서서히 해갈되기 시작했고, 오씨에게 늘 부담이던 뱃살도 그런 그리움과 함께 그에게서 사라졌다.

풍물패 '해토'는 1년에 한번씩 정기공연도 한다. 또한 고아원, 양로원 위문공연은 물론 충남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는 어김 없이 찾아가 흥겨움을 전한다. '해토'는 또 지난 14일 끝난 전국체전에서 충남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라는 특명(?)을 받고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에 열정을 쏟아 충남팀의 전국 상위랭크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속에서 오씨는 충남 선수들에게 장구를 통해 넘치는 에너지를 전달했다.

오씨와 그가 소속된 '해토'의 이런 왕성한 활동이 있기에 그도 신명나고 충남이 덩달아 활기찬 듯하다.

또한 오씨는 전통악기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그는 몇달 전부터 대금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대금 가격만 해도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그에 따르는 지출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오씨는 말한다.

그에게는 한국전통악기에 대한 혼이 담겨 있는지 누구보다도 악기를 빨리 배운다고 오씨는 귀띔한다. 대금 소리를 내는 데만 보통 2~3개월이 걸리는데 남들보다 몇 배 빨리 익혔다고 한다.

오씨는 요즘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해토' 정기공연을 위해 단원들과 함께 주 3회 맹연습을 한다. 정기공연 때는 아내와 딸, 아들이 응원해 주는 큰 기쁨으로 혼을 담아 연습을 한다고 오씨는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그에게 또 다른 취미가 있다. 그건 바로 마라톤. 1년 전 마라톤을 시작해 42.195㎞ 풀코스 완주 경력이 두번씩이나 있다고 한다. 다가오는 전국 최대 단위의 마라톤 대회를 위해 틈틈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오씨는 정신적 건강은 풍물에서 찾고, 육체적 건강은 마라톤에서 찾는 건강맨이다.

풍물연습을 위해 풍물복을 입고 어깨에는 삼색띠를 멘 후 배에는 배띠, 발목에는 향단을 차고 나면 오씨는 영락 없이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풍물지킴이가 된다.

넋이 나간 듯 장구를 치는 오씨. 그의 큰 딸과 아들도 '우리 것'을 지켜 나가길 그는 소망하며 오늘도 장구채를 집어든다.

'얼~쑤. 좋다. 신명나게 한번 놀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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