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수 없으면 즐기길" "술보다 분위기에 취해"

?- 약주로 마시는 10계명 -

"신민들은 마시는 것으로 일을 그르치지 말고, 지나치게 마셔 병이 되게 하지 말라."
1433년 세종대왕이 당시 술에 찌든 백성들을 위해 내놓은 계주(戒酒)교서다.
말 그대로 술 때문에 패가망신하지 말라는 이른바 술 지침서.
500년 전이지만 술에 대한 경계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박상덕 대전시의회 사무처장은 그의 20여년 음주인생에서 터득한 건강음주법으로 '웃으며 함께 마실 것'을 권고했다.

다음은 박 사무처장의 건강음주 10계명.
1. 웃으며 함께 마신다. 2. 자신의 주량만큼만 마신다. 3. 좋은 안주를 곁들인다. 4. 급히 마시지 않는다. 5. 1주일에 2일 이상 마시지 않는다. 6. 남에게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 7. 다른 약을 먹을 때는 마시지 않는다. 8. 늦어도 자정에는 술자리를 끝낸다. 9. 강한 술은 약하게 해서 마신다. 10. 간장 이상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한다.

♧ 소주 애주가 박창희 상무
샐러리맨에게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구조조정 위협에 강도 높은 업무 스트레스까지.

포장마차에서 혼자 기울이는 술잔이 가끔 유일한 낙으로 다가올 때도 많다.

박창희(47) ㈜대덕테크노밸리 상무는 자타가 공인한 애주가다.

직책상 하루에도 2∼3차례 술자리가 겹칠 때가 많다.

여기에 개인적인 술자리까지, IMF 후 바쁜 하루를 보내는 월급쟁이의 전형이다.

박 상무는 소주나 위스키 등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수십년 동안 바이어들을 상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독주가 입에 붙었다.

그래서인지 자칭 술 중독자임을 스스럼 없이 밝힌다.

애주가에게 '술 예찬'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소주는 경제적이고 서민의 애환을 담고 있습니다. 샐러리맨에게 삶의 일부나 다름없습니다."

오랜 주력덕(?)에 박 상무는 취할 만큼 마셔도 좀처럼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술을 좋아하는 만큼 자기 절제도 강한 셈이다.

박 상무는 최근들어 직장사회 내 음주문화가 과거로 돌아간 듯한 인상이라고 말했다.

IMF 이전에 완화됐던 직장 내 술문화가 구조조정의 살얼음을 거치며 상명하복식 음주문화로 회귀하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박 상무는 직장인들에게 술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조언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분좋게 마시는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상무는 "최근 직장인들은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즐기는 술문화가 다소 퇴색된 아쉬움이 있다"며 "서로의 배려 속에 즐겁게 술을 마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술 권하는 사회, 얼마나 마시느냐가 아닌 어떻게 마시느냐가 중요하다.

♧ 맥주 마니아 박상덕 처장
"안 먹고 제대로 취할 줄 알아야 합니다."

박상덕(48) 대전시의회 사무처장은 관가에 '맥주 마니아'로 통한다.

소주와 위스키 등 독주보다 맥주나 와인, 막걸리 등을 선호한다.

과음보다 만남과 분위기를 즐기는 스타일.주당(酒黨)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술자리가 많은 공직생활에서 자의 반 타의 반 터득한 노하우다.이 때문에 박 처장과 개인적인 술 자리는 주로 간단한 호프집이나 '바'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공복(公僕)에 잔뼈가 굵은 대부분 공무원들이 그렇듯 초임시절 현장에서 주민들과 주고받던 막걸리 역시 그에게 빼놓을 수없는 메뉴다.

또 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술맛을 높이는 그의 단골 안줏거리다.

"전 맥주를 마실 때마다 세계를 한번씩 돕니다. 한국 맥주를 시작으로 미국 맥주, 유럽, 필리핀, 일본, 중국 등 각국의 맥주들을 한 병씩 음미하죠. 그 나라의 맥주를 마시다보면 그 나라 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냅니다."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천천히 마시되 되도록 많은 대화를 나눈다.

박 처장은 최근 공직사회 내 회식문화도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일방적인 강요보다 일정을 조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

과거엔 윗분들이 '술로 후배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술을 안 먹고 제대로 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박 처장이 후배들에게 내놓는 조언이다.

조직생활하며 예(禮)에 어긋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는 속뜻이다.

꾸준한 운동은 웰빙 음주문화의 기본.

틈틈이 애용하는 자전거는 아직도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을 자랑한다.

박 처장에게 술이 좋은 이유를 묻자 지금 같이 마주앉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권위를 털어내고 기분좋게 마시는 술 자리가 웰빙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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