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비매품 제공’ 업체
네티즌 150여명 고소
지난해 물의빚고 올 중순 고소
경찰, 욕설·비난글 작성인 수사
노무현재단측 자문변호인 지원

지난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비매품을 제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천안 소재 모 호두과자 업체가 네티즌들을 무더기로 고소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사건을 수사 중인 천안동남경찰서에 따르면 업체 대표 아들인 A 씨는 대리인 자격으로 지난 4~5월경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업체 홈페이지 등에 비난하는 글을 남긴 네티즌 150여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앞서 이 업체는 지난해 7월말경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의 '노알라(노 전 대통령의 얼굴에 코알라를 합성한 사진)'가 찍힌 포장박스에 호두과자를 담아 일부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해당 박스에는 '중력의 맛 고노무 호두과자', '추락주의'라는 문구의 표지판도 포함됐다. 당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러한 포장박스가 찍힌 사진이 올라오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업체는 "정치적인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스탬프를 제작하거나 의뢰한 것이 아니고 재미 반 농담 반 식의 이벤트성으로 보내온 것"이라는 내용의 사과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다수의 네티즌들은 업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항의성 문제제기를 했고, 이에 대한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업체 측이 집단고소를 한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이 작성한 글은 주로 포장지에 사용된 이미지인 '노알라'에 대해 개념이 없다거나 욕설이 담긴 글이었으며 단순 링크를 건 사람 등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한 관계자는 "댓글을 단 사람들을 찾아내 수사를 하고 있다. 욕설이 심한 경우는 기소를 하고 일상적으로 할 만한 말을 한 사람은 내사종결하고 있다"며 "개별적으로 합의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A 씨가 극우 성향의 인터넷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회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시 사건이 의도적이었던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해당 업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일베 회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의 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게다가 A 씨는 한 게시글에서 자신이 '일베충'(일베 이용자)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특히 A 씨는 지난달 올린 공지사항을 통해 "단순한 '희화화' 캐릭터 물품을 원하는 사람에게 나눠준 것"이 무슨 문제냐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때문에 "자신들은 몰랐다"는 식의 사과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수의 네티즌들을 고소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업체 대표 B 씨는 "당시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그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심한 욕을 썼다. 그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 금전적인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재단 측에서도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파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피고소인들에게 자문변호인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그분들 나름대로는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하시는데 그분들도 마찬가지로 대통령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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