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일베 용어 ‘노알라’ 사용 포장지 제조…비판한 네티즌 고소
재판부 “사망한 전직 대통령 조롱행위 ‘비윤리적’…업체는 항소

[충청투데이 전종규 기자] 고 노무현 前대통령을 비하하는 포장지를 사용해 물의를 일으킨 천안 병천의 호두과자 판매업체가 네티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9단독 김준혁 판사는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A호두과자 판매점이 자신을 비난한 네티즌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2013년 7월 이 호두과자 판매점은 포장박스에 고 노 전대통령을 조롱하기위해 고인과 코알라를 합성한 속칭 ‘노알라’ 그림을 붉은색 스탬프로 찍어 사용했다. 이 포장박스에는 '중력의 맛 고노무 호두과자'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으며, 표지판과 함께 '추락주의'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노알라는 극우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고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할 때 쓰는 합성용어다.

이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자, 문제의 A판매점은 천안 시민사회와 네티즌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시민사회에서는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에 천박한 정치색을 입혀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법이 허용하는 한 엄하게 처벌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사자의 명예를 실추시킨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며 천안 호두과자의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원색적 욕설이 섞인 비판 댓글을 기사에 올리며 이 호두과자 업체의 비윤리적 행태를 공격했다. 이에 A 호두과자 업체는 네티즌 5명을 상대로 한 명당 400만~7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원색적인 욕설을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모욕했고 이로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누리꾼들이 비록 욕설을 비롯한 공격적 표현을 사용했다 해도 A업체 대표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호두과자 박스 등은 사망한 전직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그자체로 매우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원고에 대한 신상정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제품의 제조·판매 행위를 비판하려는 의도에서 작성됐다. 사건과 관련된 일베 커뮤니티는 이전부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각종 글과 사진 등으로 다수의 피해를 야기했고 누리꾼들의 비판글 게시는 이런 배경도 있는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업체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천안=전종규 기자 jjg280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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