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장두환 청주시 흥덕구청 환경위생과 팀장

11월 11일은 1996년 정부에서 제정한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 즉 ‘가래떡데이’다. 우리 농업 및 농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농민은 흙을 벗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전통적 농업 철학을 바탕으로 '흙 토'자가 겹치는 11월 11일로 지정되었다. '흙 토(土)'를 파자(破字)하면 십일(十一)이 된다. 2006년부터 '농업인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인의 전통 주식인 쌀로 만든 가래떡을 나눠먹는 '가래떡의 날' 행사를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서양식 행사보다 순수한 한국적 행사에 더 관심을 가지자는 뜻이다.

백과사전을 보면 빼빼로 데이는 우리나라에서만의 독특한 기념일이다. 빼빼로 데이의 최초 시작은 1995년 수학능력시험과 연관이 있다. 1995년 11월 11일은 수능 11일 전으로 이 날 빼빼로를 먹으면 수능을 잘 본다는 속설로 극히 적은 학교에서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빼빼로를 선물했다. 또 다른 일설에 의하면 빼빼로 데이는1994년 부산을 비롯한 영남의 여중생들이 재미로 서로 주고받으면서 시작했다. 그들은 ‘빼빼로처럼 날씬해져라’는 뜻으로 서로에게 빼빼로를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일부 청소년층의 놀이문화에서 시작된 것이 빼빼로 제조사의 마케팅 차원에서 현재의 형태로 정립됐거나 브랜드 스토리텔링 차원이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

이러한 마케팅 활동과 함께 빼빼로데이가 일반인들에게까지 유행으로 번지고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빼빼로를 꼭 주고받아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인식될 정도로 전국적으로 큰 유행으로 번지자, 다른 업체에서도 길쭉한 모양의 과자제품을 이와 연관해 마케팅에 활용했다. 백화점이나 편의점,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빼빼로에 초콜릿, 땅콩 등을 넣어 1만원이상 받는가 하면, 인형과 바구니 등으로 치장한 10만원대 안팎의 초호화 세트까지 등장했다.

날씬해지라는 의미에서 주고받던 유래와는 무색하게 업체의 상술이라는 비난과 함께 높은 칼로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이벤트였던 이날이 이제는 업체들의 상혼만이 횡행하는 날로 굳어져 그 의미가 묻히지는 않는지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혹자는 이로 인해 기존 농업인의 날이 소외되는 것은 땀 흘려 일하는 농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의견을 낸 적도 있다. 또한, 우연이긴 하지만 이 날은 제 1차 세계대전 종전 일이자, 익산(옛지명 이리)역 폭발사고가 일어난 날로 이러한 축제성 이벤트는 피해자들의 추모 정서와도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어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설(1월 1일), 삼짇날(3월 3일), 단오(5월 5일), 칠석(7월 7일) 등 겹치는 날을 명절로 지냈다.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우리의 먹거리를 소비하는 날로 정착될 수 있도록 '가래떡데이'로 지정한 것이다. 농민을 돕고 쌀 소비 확대와 젊은이들에게 전통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강요할 수는 없지만, 업체들의 상술에 넘어가 돈을 쓰는 날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고 우리 먹거리를 가지고 ‘가래떡데이"로 기념했으면 하는 것이 지나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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