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김문근 충북도 경제정책과장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된 후 6년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는 선진국을 필두로 불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 걸린다’는 말처럼 우리나라도 그 여파가 컸지만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불리한 대외적 여건 속에서도 우리 충북은 타 시·도에 비해 현저히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어 다행이다.

지난 9월 10일 산업연구원에서 지역경제 성장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소득과 인구추이를 시·도별로 비교 평가했는데 소득과 인구증가율이 전국 평균 이상이면 +(플러스)로, 이하이면 -(마이너스)로 분류했다. 둘 다 +면 ‘성장지역’, 소득은 -이나 인구가 +면 ‘정체지역’, 둘 다 -면 ‘쇠퇴지역’, 소득은 +이나 인구가 -면 ‘잠재적 성장지역’으로 구분했다. 우리 도와 충남이 ‘성장A지역’에 속했다. 성장잠재력이 전국 최고라는 말이다. 영충호(영남·충청·호남) 시대에 걸맞는, 아주 희망적인 지표가 아닐 수 없다. 그간 우리 도·시·군과 전 도민이 혼신의 힘을 다 해온 결과다.

그런데 기사를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성장A→성장B→정체C→쇠퇴D→쇠퇴E→잠재적 성장F’로 분류돼, 좋은 쪽에서 안 좋은 쪽으로 표가 그려졌는데 문제는 ‘잠재적 성장지역’이다. 소득은 +이나 인구가 -인 지역인데, 둘 다 -인 곳보다도 하위 서열에, 즉 A~F까지의 순서 중 마치 F학점처럼 맨 아래에 매겨져 있는 것이다.

직원들과 토론해봐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산업연구원 담당 연구원에게 물어봤더니 “좋은 질문이다. 물론 A~E까지는 좋은 순서대로 열거됐다. 그러나 이 표는 좋고 나쁜 순서가 아니라 순환하는 사이클 흐름 순서를 표시한 것이다. 어느 곳이든 지금 패턴에 머물러 있지 않고 언젠가는 다음 패턴으로 이동되는데 그 이동 순서를 나타낸 것”이라고 답변했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왔다. 시원스런 답변에 궁금증이 확 풀리면서 말이다.

아주 다행스런 지표지만 ‘성장 A지역’은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기간이 될지 모르지만 시나브로 다음 단계로, 즉 ‘성장 B지역’→ ‘정체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때 한 단계 올라서지 못하면 안 된다. 다음 패턴으로 이동하면 우리 세대에는 '성장 A지역’은 다시 못 올지도 모른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 충북은 안타깝게도 전국 3%대 경제라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인구는 3.1%, GRDP(지역총생산)는 3.2%에 불과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력’과 정부합동평가가 3년 연속 최우수로 증명되는 ‘행정력’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이야말로 ‘4%경제’로 올라설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도에서는 2020년까지 ‘전국 4%경제’로 도약할 야무진 목표를 세우고 도정을 집중하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긍정적인 사람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보고 부정적인 사람은 기회 속에서도 위기만 본다고 한다. ‘충북 4% 경제’를 위해선 글로벌 마인드, 친기업적 마인드, 규제개혁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도민적 공감과 의지이다. 잠재력과 행정력을 바탕으로 기업, (지방)정부, 가계(도민) 등 경제주체의 자신감과 긍정적 생각으로 ‘전국 4%경제’를 이뤄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소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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