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어제 대전시교육청에서 임시총회를 가졌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취학 전 3~5세 아동보육비 지원사업) 예산 분담을 둘러싼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책임공방은 정치권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회에서는 여야 간 난타전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무상복지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결국 누가 재원을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시·도교육감들은 2조 15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도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해 배수진을 친 상태다. 여기에다 일부 지자체는 교육청에 지원하는 무상급식 예산을 중단키로 했다.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당장 두 달 후엔 누리과정이 파행 운용될 수밖에 없다. 무상급식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몇몇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선 정부와 의견조율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기대할 뿐이다. 아마저 무산되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은 매달 지원받는 약 29만원의 보육료와 방과후 활동 지원금이 즉각 끊기게 된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은 브레이크가 걸리게 돼 있다. 영유아들 모두에게 보육료를 지원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공짜로 점심을 주는 교육복지야말로 참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는 안정된 재정 기반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지금 나라 곳간이, 교육재정이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전국 교육청의 지방채 발행 액수가 3조원에 달한다. 빚을 내 빚을 막는 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에 5조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무상급식에 재원을 쏟아붓느라 정작 시설개선 등의 사업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봉합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일선 교육청도 재원부족만을 탓하지 말고 낭비요소부터 과감히 제거해야 할 것이다. 방만하게 운용되는 교육사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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