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사 중대한 장애 기준 모호… 공항에서 알고 당황하기도

‘범죄수사’라는 이유로 출국금지 등의 규정이 남발되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 등 각 수사 기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사람에 대해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법무부 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출입국관리법 4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정한 관계 기관의 장 역시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할 경우 출국금지 요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특히 국가기관이 필요에 의해 특정 개인의 출국을 금지할 때는 즉시 당사자에게 그 이유와 기간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범죄수사에 중대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출국금지를 하더라도 최대 3개월 동안 당사자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며 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른 집행을 가능하게 해놨다.

사실상 범죄수사 과정에서 수사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출국금지 요청을 할 수 있는 셈.

문제는 ‘중대한 장애’라는 모호한 기준 탓에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사 단계에서조차 ‘나도 몰래 출국금지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대전의 한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인 A 씨는 가족들과 해외여행길에 올랐다가 공항에서 자신이 출국금지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수사당국이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내사 및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A 씨에 대해 출국금지 요청을 한 것.

자신이 수사 대상이라는 사실 조차 몰랐던 A 씨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출입국관리법은 부당한 기본권 제한을 막기 위해 출국금지 결정을 통지 받은 날이나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0일 이내에 법무부장관에게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아예 통지가 안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기본권 침해 상황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에 대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수사기관 등에서 출국금지 요청이 들어오면 법무부 심사 과정을 거쳐 가부를 결정한다”며 “범죄수사의 경우 자신이 수사 대상인 것을 미리 알 경우 증거인멸이나 도주 위험의 가능성이 있어 출국금지 결정 미통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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