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신들에 대한 의전기준을 장관급으로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광역단체장들이 그 주장을 거둬들였다.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 제31차 총회를 앞둔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시·도지사의 예우(禮遇)를 격상해야 한다는 광역단체장들의 요구가 비등했으나 오후 들어 없었던 일이 됐다. 시·도지사들은 의전기준 격상과 관련한 건의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경위야 어떻든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시·도지사들은 광역단체장의 의전기준을 장관급으로 높여줄 것을 줄곧 개진해왔다. 지난 8월 충북 청주에서 열린 시·도지사 협의회 제30차 총회에서도 같은 요구가 나왔다. 13명의 광역단체장이 참석한 당시 회의에서 시·도지사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어제 제주도에서 열린 제31차 총회에서 시·도지사의 지위 격상 요구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서가 채택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지방자치법 등 어디를 둘러봐도 시·도지사의 지위에 관한 규정은 없다. 다만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에 의거 시·도지사들은 차관급 연봉을 받는다. 정부는 이 기준을 의전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시·도지사들은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임명직 때의 관행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위상이 약해 국제교류활동과 종합행정 수행에 애로가 많다고도 하소연한다. 이른바 예우의 현실화다.

시·도지사들의 주장에 일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의전기준을 꼭 장관급으로 해야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위상보다는 단체장의 능력이 좌우한다. 굳이 격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고 본다. 시·도지사는 장·차관과 구별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우라는 것은 상대방이 마음에서 우러나 해야지 스스로 원하면 모양새가 빠지는 법이다.

어제 총회에서는 부단체장 수를 1~2명 더 늘리고, 조례로 행정기구·조직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행정기구·조직을 지역 실정에 맞춰 융통성 있게 운용하는 것도 지역특성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단체장 수를 늘려 달라는 요구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동의 할지 모르겠다. 시민의견부터 수렴해보기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