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성행위 오인 가능성” 무죄
“피해자 진술 신빙성 낮아” 반복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법원의 ‘봐주기 판결’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가운데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무죄 판결이 또 나왔다. 지난달 17일 대전지방법원은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을 상대로 유사강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A(47)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해자 B 씨가 사건 발생 경위 및 당시 상황에 관해서는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일관해 진술하고 있지만 유사 성행위와 관련된 진술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여러 사정들 및 B 씨의 지적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B 씨가 A 씨의 다른 성적 접촉 행위를 유사 성행위로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유사강간 혐의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의 진술 능력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을 종합해 보면 A 씨가 B 씨의 거부나 반항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B 씨가 당시 상황을 잘못 인식해 진술했거나 그 어머니의 영향으로 왜곡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문만 놓고 보면 가해자의 위력 행사 부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선 ‘참’으로 보고, 성폭력 피해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의 경우 ‘거짓’에 가깝게 판단하는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

피해자 B 씨는 법정에서 “엄마가 속상해 하실 것 같아 소리를 쳐서 도움을 청하지 않았고, (A 씨가) 계속 손을 잡고 힘으로 눌러서 도망갈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별채에서 A 씨와 B 씨의 어머니가 함께 잠을 자고 있었고, 이 사실을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알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A 씨가 B 씨의 반향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해 유사강간 범행으로 나아가려 했을지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지난 6월 전국 187개 여성·장애인단체는 지적장애인 사건에 대한 대전법원의 잇따른 무죄 판결을 문제 삼으며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고 피해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없는 지적장애인 피해자의 장애특성을 법원이 고려치않아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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