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신 영 배
청주시 서원구 총무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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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세월호의 아픔과 상처가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자꾸 상처가 덧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얼마나 더 가슴을 쥐어뜯으며 신음하고 아파해야 하는가.

우리가 얼마나 더 어처구니없어 해야 하고 황당해 해야 하고 당황해야 하는가. 기가 막힌다든지 말문이 막힌다든지 하는 우리말은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임은 영락없다.

이 답답하고 묘한 분노감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누구를 향해 폭발시켜야 할지.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장사꾼들. 영혼을 놓고 장난치는 사이비 종교집단들. 무사안일 보신주의에 빠진 관료 집단. 일만 터지면 미봉책으로 땜질하는 너 나 할 것 없는 땜쟁이들.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사실 누구누구를 따지기가 부끄럽다. 온통 이해가 가지 않는 일뿐이고, 온통 용서할 수 없는 일뿐이다.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내가 상식적 인간임이 용납되지 않는다.

역사 속의 무수한 사건들을 되새겨보고, 한 시대가 쇠락해 가는 모습들을 떠올려 본다. 시대의 흐름, 사회의 흐름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대형 사고들은 우리 사회가 좀처럼 바꾸기 어려운 큰 흐름에 직면하고 있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세월호를 비롯해 일련의 일들을 결코 가볍게 보고 가볍게 접근하지 말야야 하는 이유이다. 조용히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지난 4월 이후, 우리는 모두 가슴에 응어리를 지닌 채 살고 있다. 모두 분노를 삭이느라 용을 쓰고 있다. 잘 씻겨나가지 않아 자꾸 곱씹을 수밖에 없으며 분노와 슬픔, 인내를 강요당하고 있는 기분이다. 갑갑함과 우울함이 가슴 속에 쌓이고 또 쌓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가라앉고 삭아 없어질 것이다.

양식 있는 시민의 길을 걷고자 노력하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세월호 사건이 우리 사회에 주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식이고, 그것이 주는 의미와 교훈을 우리 정부와 우리 사회가 수용하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또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해 질 수 있다는 바람일 것이다. 더없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만약에 그렇게 활용된다면 우리 사회에 귀한 약이 되고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여전히 과거에 답답한 모습들이 반복될 뿐이다.

모든 문제가 각자의 자리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고 각각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빚어진 결과가 아닌가. 지금 우리는 우리 사회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풍토를 뿌리내리게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본질을 외면한다면 제2, 제3의 세월호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사건이 이렇게 커지게 된 과정과 그 뿌리를 이루고 있는 배경을 신중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 봐야 한다. 나태하고, 안일하고, 본질과 본분을 망각하고 생각 없이 살아가는 물신주의의 노예 마음은 간단한 미봉책으로 쉽게 바꿀 순 없다. 경망스럽게 칼을 휘두르기 보다는 사태를 정확히 바라보고 분석하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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