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춘추]
서용문 안전보건공단 충남지사 교육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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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외침이 아직도 우리의 귀에 생생하다.

영화 ‘명량’의 배경인 진도 울돌목은 빠른 조석간만의 차로 물의 흐름이 갑작스럽게 바뀌게 됨으로써 회오리와 같은 형상이 생기는데 조선 수군은 12척의 배로 이러한 조류와 지리적인 이점을 이용해 왜군 330척을 물리쳤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이순신 장군이 활약했던 그 진도 앞바다에서 올해 4월 16일 우리의 아들딸들이 목숨을 잃는 세월호의 아픔이 있었다. 417년 전 나라를 지켰던 거센 파도와 조류는 이제 흉기가 되어 우리의 꽃다운 어린 생명을 앗아갔다.

한 기업이 영리적인 욕심에 평행수를 줄여 화물을 초과적재하고 늦은 출항을 만회하기 위해 험난한 날씨에도 권장항로를 벗어나 위험한 운항을 강행, 참사를 야기한 것이다.

백성들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켜내던 명량대첩의 장면과 세월호가 기본적인 안전을 무시한 채 어린 학생들을 태우고 거센 풍랑의 바다 밑으로 침몰해가는 모습이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오버랩 된다.

소중하고 아까운 생명이 사라지는 것은 산업현장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일터에서는 6분에 1명씩 다치고 있고 5시간마다 1명이 목숨을 잃는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4년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재해자 수는 430만명이 넘고 사망자도 8만명에 이른다. 인천광역시와 대전광역시의 인구를 합친 수만큼의 사람이 다치고 경기도 과천시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빨리 빨리'로 대변되던 우리의 고속·압축 성장 전략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거뒀지만 그 이면에 수많은 산업 재해자를 양산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는 것과 같은 안전 불감증이 산업현장에서도 뿌리 깊게 퍼져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 조성을 위한 '산업현장 4대 필수 안전수칙' 준수를 널리 장려하고 있다. 안전보건교육 실시, 보호구 지급과 착용, 안전작업절차 지키기, 안전보건표지 부착이 바로 그것이다.

교통사고 예방의 기본은 안전벨트 착용과 정지선 지키기에서 시작되듯이 사업장에서도 4대 필수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부터 시작해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켜나갈 때 개인-가정-회사-국가가 다 함께 안전하고 행복한 선진 복지국가가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을 되새기며 뼈아픈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통해서 안전한 사회로 가는 계기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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