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김춘경 대전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장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있다. 신체·정신적 피폐함과 대물림의 악순환인 가정폭력, 그것의 근절이다. 가정폭력은 다른 폭력범죄와의 연관성이 많아 폭력범죄와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2013년 교도소 수형자 480명을 대상으로 죄의 종류별로 가정폭력피해경험을 조사해 보니 성범죄자의 63.9%가, 살인죄의 60%, 절도죄의 56% ,강도죄의 48.8% ,폭행상해 48.5%의 죄수가 어린시절 가정폭력피해의 경험이 있었다는 조사결과는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더 이상 집안일, 남의 일이 아닌 범죄로서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시작되고, 가정폭력예방교육이 공공기관의 의무화 과정으로 실시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의 통계자료가 보여주듯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2010년 6만 489건에서 12만 2229건으로 102.1% 급증했고, 경찰에 신고된 가정폭력사건도 2011년 6848건, 2012년 8762건, 2013년 1만 6785건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경찰 신고율은 정작 1.3%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시사 하는바가 크다.

낮은 신고율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여성이 참아야 한다는 인식과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하는 걱정 외에도 신고했다가 더 심한 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신고를 막는 요인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초기에 단호한 대처를 하지 못하면 은밀하게, 지속적으로 더욱 가중되고 그 폐해는 결국 자녀들의 삶은 물론 가족모두의 불행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해 한해 동안 123경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했다 . 3일에 한명 꼴로 살해되고 있는 셈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정신·신체적 폭력에 꾸준히 노출되는 가정은 더 이상 안전한 안식처가 아니며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가장 위험한 장소로 전락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해 가족이라는 이유로 상담명령이나 보호처분 등 온정적인 최소한의 조치만 한다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게 돼 자신의 폭력행위가 범죄가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보호처분으로는 가정폭력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와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보호처분 중심의 처리에서 강력한 처벌주의로 방향을 바꾼 미국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폭력범은 결코 스스로 폭력을 멈추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는 폭력범에게 기존의 상담이나 성행교정 등의 치료프로그램의 효과 보다는 고발, 체포, 구금 등을 모두 활용한 강력한 처벌이 있을 때 성과가 있다는 보고는 유의미하다.

바야흐로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좀더 세밀한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적 징벌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