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윤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먹음직스런 파이(pie) 하나가 있다. 과일이나 고기, 잼 따위가 잘 버무려져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런데 먹고 싶은 사람은 너무 많다.

많이 굶주린 사람도 있고, 엊그제 잘 먹어서 배가 약간 부른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식도 먹여야 하고, 내일 굶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서로 많이 먹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어떻게 해야 잘 나누는 것일까? 가상의 상황이긴 하지만 세상에도 위와 같은 비슷한 상황이 있다. 자원은 유한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소유하려는 인간의 마음은 무한하다. 여기에서 갈등관계가 도출된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것을 일컬어 배분적 정의(配分的 正義)라 했는데, 인간의 재능과 가치의 차별성을 인정하고 이를 근거로 명예와 재화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을 뜻한다.

조금 더 외연을 확장해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체제 안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적 요체는 무엇보다 지방의 의사결정권 권한 확대와 지방재정의 뒷받침이며, 이를 통해 참다운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방자치제는 현실적으로 반쪽 뿐인 제도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이 문제점을 정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재정 확보가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징수된 세금의 배분적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 않아서 지방정부는 재원확보에 늘 어려움이 많다. 초·중·고생을 교육시키는 보통교육을 책임지는 시·도교육청의 경우는 지방자치제도의 근본 뿌리마저 흔들리도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으로서 마음이 더욱 무겁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방과 후 초등학생을 돌봐주는 초등돌봄교실이나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의 학비를 지원하는 누리과정 사업의 경우는 매년 13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나, 국가에서 충분히 지원을 하지 않아서 대전시교육청에서는 자체 예산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교육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곧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는 데 있다. 교육재정 압박으로 인해 매년 시설사업비가 감소되고, 여러 교육사업이 후퇴하는 것이 그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로 교육청 재정의 세입 총 예산 중 95% 정도를 국가(교육부)와 지자체(대전시)로부터 받는 경직된 재정구조 때문인데, 특히 교육부로부터 받는 보통교부금은 국가가 걷는 세금의 20.27%에서 연유한다. 이 보통교부금 비율을 늘리지 않으면 교육청 재정은 확대될 수 없는 구조적인 모순을 갖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처럼 경기 침체로 세금이 덜 걷힐 경우 그 타격은 곧바로 교육재정에 와 닿는데, 내년의 경우는 세수(稅收) 부족으로 인해 올해보다 500억원 이상의 교육재정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누리과정 등 고정비용으로 600억 원 이상이 증가하여 최소 1100억원 이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히 교육재정 대란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지난달 12일 필자를 필두로 보통교부금을 20.27%에서 25%로 올리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달라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대 촉구 건의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건의안대로 될 경우 약 3000억원의 추가 재원이 생겨서 대전시교육청의 열악한 교육재정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단 이 문제는 대전시교육청의 경우에만 해당되지 않아서 전국 시도의회와 연대해 대응할 복안을 갖고 있다.

파이가 적으면 나눠 먹을 수 있는 파이도 적다. 적은 파이 때문에 사람들을 싸우게 만드는 것보다 새로운 파이를 만들고 더 키우는 것, 보통교부금 확대만이 지방교육재정의 한계와 모순점을 극복하고 진정한 교육자치제도를 실현토록 하는 첩경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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