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이 철 희
청주시 복지문화국장

필자는 논어의 사자성어 세 가지를 평생 지니고 갈 인생의 지표로 삼고 있다. 이 세 개 모두 세 번째 글자가 '아니 불(不)'자 이기 때문에 '3불지표'라 이름 지었다.

첫 번째가 군자불기(君子不器)다. 직역을 하면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뜻인가.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는 것인가. 그럼 소인은 그릇인가. 그릇은 이미 모양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그 쓰임새에 맞는 것만 담을 수 있다. 소인은 이런 그릇과 같아서 한 가지만 용납한다. 하지만 군자는 정해진 틀이 없어 다양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시대는 어느 한 가지 전문지식만 가지고는 창조적인 역량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융합, 통섭의 시대라고 한다. 전체를 읽을 줄 알고, 많은 사람을 포용할 줄 알고,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고를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한다. 오로지 내가 아는 것만 주장하고 그 이외의 것과 담을 쌓고 산다면 어떠한 결실도 맺을 수 없다. 그래서 이 말을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수신(修身)의 지표로 삼고 있다.

두 번째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논어 자로(子路)편에 '군자는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것들끼리의 조화를 도모하는데, 소인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엇이나 같게 만들거나 혹은 같아지려고 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는 데서 나온 말이다. 중국 철학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 말은 기본적으로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생각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타인의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념도, 추구하는 목적도, 살아 온 지역과 문화도 다르지만 그것을 아우르고 그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군자의 역할이다. 획일적으로 꽃들이 심겨진 화단보다 다양한 색과 모양의 꽃들이 조화롭게 피어있는 화단이 아름다운 것처럼 서로 상생하는 원리가 화이부동 속에 있다. 그래서 이 말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공생의 지표로 삼고 있다.

세 번째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나라를 경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나라를 경영하는 기본은 식량을 비축하고, 군비를 충실히 하고,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다시 자공이 물었다. "만약 이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먼저 포기해야 합니까?" 공자는 "군비와 병력 확충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자공이 묻는다. "만부득이 하나를 또 포기해야 한다면 둘 중에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합니까?" 공자는 대답한다.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 먹을 것이 풍부하더라도 백성이 믿고 따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느니라."

신뢰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덕목이다.

자기 조직과 조직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 이것이 가장 큰 자산이다. 지금 당장은 불만이 있거나 서운하더라도 '무슨 이유가 있겠지, 아마 더 큰 무언가가 있을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신뢰가 그 조직의 힘으로 표출된다. 그래서 이 말을 조직구성과 네트워크의 지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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