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기본계획 예산편성 미뤄
올 추경예산에도 관련예산 빠져

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대전시 인권 조례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특히 올해 본예산에 이어 추경예산에서도 인권정책 관련 시 예산은 ‘0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시민의 인권 증진에 대한 대전시의 의지에 큰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

15일 시에 따르면 현재 시에는 인권을 전담하는 부서뿐 아니라 이 분야만을 담당하는 전담 공무원도 전무하다. 인권 관련 업무를 맡는 담당자가 있긴 하지만 다른 업무를 함께 처리하고 있어 ‘전담’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2012년 11월에 제정된 ‘대전시 인권보장 및 증진 조례(인권조례)’는 “시장은 효율적인 인권보장 및 증진 시책을 추진하기 위해 인권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한다.

엄밀히 따지면 시가 자치법규를 어기고 있는 셈이만 시 측은 “전담자를 둘 만큼 추진 중인 관련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조례 제정 이후 지금까지 시가 추진한 인권 관련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 인권조례는 “시장은 시민의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해 5년 마다 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시는 2년 째 이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비용’의 예산 편성을 미루고 있다.

올해 시 본예산 중 인권정책 관련 예산은 ‘0원’. 현재 시의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추경예산에도 인권 관련 예산은 포함되지 못했다.

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비용으로 계속 예산 편성을 요청하고 있지만, 매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추경예산에도 관련 예산을 신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시는 인권정책 추진의 시작점인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이 없으니 필요한 인력도 없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할 인력도 예산도 없는 상태에서 인권조례에 정한 사항들이 시행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려운 현실이다. 인권조례에서 정한 전 공무원 대상 인권교육과 민간 대상 인권교육 권장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이웃한 충남도의 경우 조례 제정 후 1년 반에 걸쳐 관련 부서와 증진위원, 시민단체 등이 힘을 함쳐 기본계획 수립 등에 관한 논의를 이어왔고, 곧 인권선언문까지 선포한다”며 “그에 비해 대전시는 위원회를 하나 구성한 것 이외에 그동안 인권과 관련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이나 계획도 없었다. 시민의 인권 증진에 대해 시가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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