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 속출… 동일업체서 재발하기도
道·환경청 등 지침·정책마련 없어… 전문가 “위험성 인식 부족”

충남이 ‘화학사고’의 메카(?)라는 오명을 사고 있다.

‘안전’이 정책적 가치의 ‘0순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반면 충남지역에서는 해마다 계속된 유해화학물질 유출로 도민이 죽거나 다치고 있는데도 충남도 등 자치단체를 비롯한 관련당국은 화학사고와 관련해 여전히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충남도, 금강유역환경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48분경 충남 서천군 장항읍 창선리 한 얼음공장 안 냉동창고에서 암모니아 가스 일부가 누출돼 작업 중인던 직원들이 긴급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난 3월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비슷한 상황으로 폭발이 일어나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칠만큼 암모니아 가스 누출은 매우 위험한 화학사고다.

문제는 충남지역에서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충남 홍성군 광천읍의 한 전자재료 제조공장에서 질산과 무수초산을 섞는 과정에서 유독가스(빙초산)가 누출돼 작업하던 근로자와 주민 등 6명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지난달 24일에도 충남 금산의 한 반도체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 사고는 해당 업체 측이 사안을 축소·은폐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8월과 지난 5월에도 질산이 유출돼 문제가 됐던 곳이다. 그러나 ‘화학사고’에 대한 행정당국의 조치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금산에서 불산이 유출된 이후로도 유해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도 차원의 지침이나 정책 마련 노력은 미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점검은 해당 기초자치단체가 관련법을 따라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 차원에서 특별한 지침이나 정책을 마련해 하달한 사항은 없다”며 “지난해 사고 후 금산군이 해당 업체를 몇차례나 관리·점검했는지 여부도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올해 들어 동일한 업체에서 연이어 유독물질 누출 사고가 일어났지만 충남도는 관련 책임을 모두 군에 위임한 채 뒷짐만 진 셈이다.

최근 발생한 암모니아 가스와 빙초산 누출 사고와 관련해서도 도 측은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상 꼭 관리해야 하는 관리대상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협력업체에서 유독가스 누출로 6명이 사망한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도의 이런 안일한 태도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 유해화학물질 취급과 관련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금강유역환경청 역시 자치단체 소관 물질의 경우 ‘환경청은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이 문제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관련 전문가들은 관련 당국의 화학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자치단체와 환경청, 소방방재청 등 관련 당국이 화학물질과 화학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이것이 안일한 사전 관리와 사고 대처로 이어지고 있다”며 “업체별, 화학물질별로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관리할 필요가 있고,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공정을 관계 기관과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점검·관리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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