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

#1.떠나간 괴물=올 시즌 프로야구는 극심한 '타고투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타격전이라고 하면 더 박진감 넘친다고 생각하겠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아니겠는가. 너무 잦은(심한) 타격전은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해외로 나간 류현진, 윤석민, 오승환의 빈자리를 얘기한다.

또 김광현, 양현종 등 이후로 국가대표급 에이스가 실종됐다고 한다. 한화 역시 남 얘기는 아니다. 그 옛날 한화는 이상군, 한용덕,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등 '전설급' 투수들이 있었고, 얼마 전까지도 '국보급' 류현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 마운드는 처참히 무너졌다. 유망주들은 번번이 실망을 안겼고 용병들은 좌절을 보탰다. 이런 상황이 거듭될수록 또 바다건너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상이 전해지면서 팬들의 류현진에 대한 그리움은 더 커져만 갔다. 그립고 그립고 또 그리운 우리 현진이….

#2.떠오른 태양=22일 대전에서 '빅매치'가 있었다. 바로 국가대표 투수 한화 이태양과 SK 김광현의 맞대결이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SK의 우세를 점쳤다. 그도 그럴 것이 김광현이 류현진과 어깨를 나란히 한 국대급 에이스라면 이태양은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치르고 있는 '풋내기'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날 이태양은 6⅔이닝 8피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시즌 6승(8패)에 성공했다. 그가 이날 던진 100개의 공은 단순히 1승의 의미를 넘어선 또 다른 '희망'이었다. '풋내기'는 점점 '미래'가 돼 가고 있다.

이날 이태양이 보여준 것은 달라진 위기관리능력이다. 다저스에서 현진이가 보여주고 있는 그것 말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2회초였다. 내야안타 2개와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이태양은 SK 김성현에게 희생타를 허용, 1실점한다.

그 뒤 다시 이명기의 내야안타로 2사 만루. 2회에만 3번째 내야안타였고 이미 상대 나주환의 타구에 발목을 맞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태양은 조동화를 풀카운트 접전 끝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이닝을 끝냈다.

찜찜한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며 뭔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만 24세 풋내기는 스스로 불운을 이겨냈다. 이후 한화 타선은 2~4회 계속된 찬스를 무산시키며 어린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태양은 4, 5회 연이은 위기를 넘기며 한화 타선이 각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한화는 이날 8-3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전반기 혜성처럼 떠오른 이태양은 후반기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며 '반짝활약'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다.

그러나 그는 성장하고 있었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의 리드, '안·정·진(안영명·박정진·윤규진) 트리오'의 활약도 있지만 스스로 쌓아가는 경험치 역시 또 다른 답이 되고 있다. 22일 SK전 7회초 2사 2루에서 이태양이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또 다른 '에이스' 탄생의 순간이다. 태양아, 솟아라!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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