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항 검역에만 집중
최악의 상황 대응책은 허술
대전 감염병관리시설 한 곳
지역 격리소 현황파악 못해

치료제도 없고 전파 속도도 빠른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자치단체가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메뉴얼을 점검,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8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집계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망자 수가 887명에 이르고, 현재까지 전체 감염자 수는 1603명에 달한다고 5일 밝혔다.

특히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일부 국가들이 부적절한 대처를 하고 있어 감염병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아프리카 잠비아를 다녀온 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가 사망하고, 홍콩에서도 감염 의심 환자가 발견되자 그 공포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상황.

이에 한국 정부도 대책반을 꾸려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 그 대응책은 공항 등 출입국 길목을 중심으로 한 검역 강화 등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는 데만 집중돼 있어 ‘최악의 감염 사태’에 대한 준비 성적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에볼라는 한번 국내로 유입되면 그 피해 규모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인 바이러스인데도 감염자 대량 발생 시 대응책은 여전히 허술하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염병이 발생하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의료기관을 감염병관리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고, 이 법에 따라 지정받은 의료기관은 감염병 환자를 격리해 진료하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

만약 현재 서아프리카의 상황처럼 감염병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해 지정된 병원만으로 환자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지면 추가로 다른 병원을 감염병관리기관으로 지정하고, 이마저도 부족하면 의원급 병원에 격리소와 요양소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대전의 경우 충남대병원이 국가 지정 감염병관리시설로 지정돼 25개 병상을 마련해놓고 있고, 그 이상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 지역 12개 병원에서 분산 수용된다. 그러나 그 이상의 ‘재난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감염병이 대규모 창궐하는 재난 상황을 대비해 격리소·요양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에 옮길 자치단체 측은 감염병 격리소로 활용 가능한 의원의 현황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법규에 정해진 대로 감염병 대규모 창궐 시 격리소·요양소 등을 설치하려면 여기에 부합하는 의원급 병원에 대한 현황을 자치단체 차원에서 미리 구체적으로 파악해둘 필요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126개 병상 이상으로 대전에서 감염병이 대규모 창궐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서 현재 수준으로도 충분히 초기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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