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새 대전지역 3곳 구멍
市 “땅밑 사정… 알 길없다” 변명
전문가 “지하탐사로 규명 가능”
시·기초단체 안전불감증 지적

<속보>=대전 도심에서 최근 한달 동안 지반이 갑자기 주저앉아 차도에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이런 현상이 ‘싱크홀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일자 5면·7월 14일자 5면 보도>사고 후에도 ‘땅밑 사정이라 그 원인을 알 길이 없다’는 당국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반 탐사를 통해 원인을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며 전형적인 안전불감증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3일 대전시, 대전 유성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유성구 봉명동 유성호텔 인근 차도가 갑자기 꺼지면서 도로에 구멍이 뚫린 것을 시작으로 최근 한달 사이 지역에서만 3차례나 비슷한 형태의 지반 침하 현상이 일어났다.

서울 제2롯데월드에서 ‘싱크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전을 포함해 경기도와 인천, 전남 등 전국 곳곳에서 연달아 이런 현상이 일어나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는 상황.

이와 관련해 대전시 등 자치단체는 “지금까지 대전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없다”는 주장과 함께 설사 지하수 흐름이나 변동에 의한 싱크홀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땅밑 사정이라 알 길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행정 당국의 이런 주장에 대해 지반방재 전문가는 ‘무식(無識)한 안전불감증’이라고 일갈했다.

정찬호 대전대 지반방재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은 지하탐사를 통해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 탐사를 해보면 지하의 단면도를 알 수 있다.

소규모로 나타나는 지반 침하를 모두 싱크홀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조금씩 그런 현상을 보이다가 다른 지역처럼 더 큰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하게 될 가능성은 높다.

그러므로 (규모가 작더라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지하탐사를 통해 하수에 의한 것인지, 빗물에 의한 것인지, 지하수에 의한 것인지, 연약 지반에 의한 것인지, 그런 것들을 조사해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축물을 지으면서 터파기를 할 때 일어난 지하수 변동이 싱크홀의 원인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기술로도 얼마든지 ‘싱크홀’ 여부를 가리고, 그 원인까지 파악할 수 있지만 안전불감증에 빠진 행정 당국이 조사를 안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도 “세월호 참사 후 안전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지역에서 잇따라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면 원인 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행정 당국이 그런 과정 없이 단순하게 싱크홀이 아니라고 주장만 하며, 서둘러 사안을 마무리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키워 미래에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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