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호주 개최… 평가전 때마다 자질논란 일수도

대한축구협회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1무2패)을 거두고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신 홍명보(45) 축구 대표팀 감독에게 '면죄부'를 발부했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홍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번 실패를 발판 삼아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게 축구협회의 입장이다.

홍?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직후 축구협회에 사의를 표했지만 지난 2일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홍 감독과 직접 만나 4시간에 걸친 면담을 통해 유임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 감독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이번 월드컵의 부진을 만회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여정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팬들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홍 감독은 앞으로 이어지는 평가전 성적에 따라 또다시 '자질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여기에 새로 대표팀을 꾸릴 때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불거진 '의리 논란'의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도 있다.

결국 홍 감독은 팬들의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성적과 뛰어난 경기력을 한꺼번에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고, 그 종착역이 아시안컵이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그러나 내년 1월 아시안컵 이후 국제대회가 없어 사실상 임기의 마지막이 아시안컵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명예회복을 노려야 하지만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두 차례(1956년·1960년) 우승했지만 마지막 정상에 오른 게 무려 54년 전이다.

1988년 아시안컵에서 준우승한 이후 지금까지 3위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월드컵에만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아시안컵에 소홀했던 게 부진한 성적의 원인이었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면 국제축구연맹(FIFA) 콘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이 주어진다. 월드컵 1년 전에 열리는 콘페더레이션스컵은 각 대륙컵 우승팀들이 출전하는 만큼 대표팀의 실력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는 자리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도 2000년대 들어 아시안컵에 많은 신경을 써왔지만 일본과 중동 국가에 밀려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더구나 2011년 대회부터 1월로 대회 기간이 바뀌면서 대표팀으로서는 선수 선발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1월은 시즌을 마친 K리그 팀들이 전지훈련을 시작하는 때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바닥을 칠 시기다. 이미 홍 감독은 지난 1월 치러진 대표팀의 미국과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이런 상황을 뼈저리게 느꼈다. 여기에 아시안컵이 FIFA에 등록된 대회여서 해외파 선수를 차출할 수 있지만 월드컵과 달리 대회 직전 부를 수밖에 없어 탄탄한 조직력을 꾸리기에도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대표팀은 오는 9∼11월 사이에 총 6차례의 A매치를 치를 수 있고, 이 가운데 3∼4차례의 평가전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올해 A매치를 통해 대표팀이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8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아시안컵은 대회 개막 2주 전에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지만 월드컵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만큼 홍 감독에게는 쉽지 않은 여정이 기다리는 셈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