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이란전 극적인 결승골

▲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22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F조 2차전 후반 추가 시간에 결승골을 터트린 후 골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 추가시간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왼발을 떠난 공이 그린 예리한 곡선은 무력감에 빠져 있던 아르헨티나에 내리쬔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답답하기만 하던 경기가 메시의 골 하나로 끝났다.

아르헨티나와 이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이 열린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

'안티 풋볼', '늪 축구' 등 온갖 비판적인 의미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긴 했지만, 이란의 극단적인 수비 축구는 분명히 90분 내내 효과를 봤다. 아예 하프라인조차 잘 넘지 않은 채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대부분 수비에 집중하면서 '지지 않는 축구'를 추구한 이란의 전술에 아르헨티나는 경기 내내 고전했다. 열리지 않는 공간의 틈바구니에서는 메시의 현란한 발재간도 빛을 잃는 듯 보였다. 후반 추가시간에 돌입할 때까지도 전광판에 뜬 스코어는 0-0에서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샌드백처럼 두들겨도 꿈쩍 않는 이란의 '맷집'에 지친 아르헨티나는 후반 들어 여러 차례 날카로운 역습을 허용하며 자칫 한 번의 실수로 패배할 위기에까지 몰렸다.

모처럼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재림이라고 불리는 슈퍼스타 메시를 앞세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고 자신한 아르헨티나의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90분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구세주로 여겨졌으나 지난 월드컵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메시에게도 또 굴욕적으로 느껴질 법한 경기였다. 이 모든 탄식과 굴욕이 메시의 슈팅 하나에 씻겨 내려갔다.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 지역 오른쪽 바깥에서 공을 받은 메시는 특유의 발재간으로 수비수를 앞에 둔 채 가운데로 몇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번개같이 휘두른 왼발에 맞은 공은 움직이는 수비수들 사이로 보인 찰나의 틈을 꿰뚫었다. 공은 예리하게 휘어지면서 이란 골키퍼의 손을 피해 골대 왼쪽의 가장 깊숙한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극적인 순간 터진, 전형적인 메시 스타일의 골이었다.

패배나 다름없는 무승부로 경기를 마칠 뻔한 아르헨티나를 구한 메시의 왼발이 만들어낸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마법을 부리듯 팀을 구해내며 마침내 월드컵 정상으로까지 이끌었던 마라도나의 재림을, 왜 아르헨티나인들이 메시에게 기대하는지를 보여준 순간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