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가족여행 부담돼
문광부 관광주간 취지무색

#1. 충남도청 공무원 A 씨는 3일부터 이어지는 ‘황금연휴’ 때 가족들과 중국 여행을 계획했었다. 두 달 전부터 일정을 짜고, 항공권까지 예매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7일부터 중간고사를 본다는 암울한 소식에 여행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모처럼 가족들과의 나들이에 가슴이 부풀었지만, 할 수 없이 접을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중요한 시험을 앞둔 딸만 놔두고 어떻게 가족여행을 갈 수 있겠나 싶어 결국 여행계획을 접었다"며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5월 초순을 '관광주간'으로 정해 가족여행을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것 같다"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 천안시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B 군은 중간고사 때 꼼짝없이 도서관에 갈 예정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징검다리 휴일이지만, 내신을 생각하면 펜을 놓을 수 없다. 학교에 건의도 해보고 교육청에 질문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학교 재량에 맞춰 시행한다’였다. 담임교사 역시 “나를 원망하지 말아 달라”는 위로 되지 않은 위로를 학생들에게 하고 있다.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이어지는 풍요로운 황금연휴에도 충남도 내 상당수 학생이 울상을 짓고 있다. 1일 충남교육청과 일선 중·고교 학교에 따르면 상당수가 5월 초 황금연휴 다음날인 7일부터 1학기 중간고사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연휴 이후 하루나 이틀이 지난 뒤인 8일이나 9일부터 3~4일 간 중간고사 일정을 시작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부담스럽기는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황금연휴를 함께 보내기 위해 여행을 가자니 시험이 걱정되고, 혼자 집에 남아 공부할 자식을 생각하면 안쓰러움과 불안감이 크다.

이 때문에 5월 초 황금연휴에 가족여행 등 나들이 일정을 계획했던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황금연휴가 끝난 뒤 곧바로 중요한 중간고사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은 물론 학부모라도 선뜻 여행 등을 떠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처음으로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5월 1일부터 11일까지를 관광주간으로 설정, 이 기간에 학교 재량휴업 유도 등을 통한 국내여행을 장려한다는 정책 취지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문광부가 관광주간을 설정하면서도 관련 부처인 교육부와의 정책 공조가 없는 바람에 일선 학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광부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내여행 수요 창출 등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부터 11일까지를 관광주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에 학교의 재량휴업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일에는 인천 송도에서 전국 시·도 관광국장들을 모아 놓고 5월 관광주간 활성화를 위한 관광진흥 확대회의까지 열었다.

황금연휴 직후의 중간고사 실시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이지만, 관광주간과 관련한 교육부의 지침은 현재까지 전혀 없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관광주간 존재 자체도 잘 모르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문광부의 관광주간 도입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재량휴업 여부 등과 관련한 교육부의 어떤 지침도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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