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안전 긴급점검] 3 수학여행 안전불감증
교육부, 소규모·테마형 권고
대부분 학교 외면 "비현실적"
수학여행 사고 전국서 계속

세월호 여객선 침몰로 발생한 단원고 학생들의 사망과 실종은 우리 사회에서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됐다.

우리나라를 짊어질 꿈나무들이 수학여행 중 있을 수 없는 참사를 당했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은 학창시절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자 추억이다. 하지만 이런 수학여행에도 지침이 있었다. 수학여행 참여인원을 1~3학급 또는 학생 수 100명 이내로 정해 테마형 수학여행을 시행하라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대전·충북·충남지역에 이를 지키는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어설픈 지침, 이를 지키지 않는 학교. 학생들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말 안 듣는 학교

교육부는 지난 2월 각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수학여행을 100명 또는 1~3학급으로 나눠서 보낼 것을 권장했다. 일선 학교에 교육과정과 연계한 소규모·테마형 수학여행으로 하여금 안전과 교육 등을 부합하라는 게 목적이다.

29일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도내 초·중·고 700여개 학교가 1200여개의 프로그램을 마련, 이미 진행했거나 계획 중이다. 도내에서는 이미 69개 학교가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 중에서도 10개 학교는 배와 비행기 등을 통해 제주도 체험학습을 마쳤다. 문제는 이 학교 100%가 교육부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규모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 중·고교는 단체로 여행을 떠나는 예전 방식을 고수한 것이다. 일선 학교 등이 정부 지침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물음표가 붙는다.

이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반별로 이동할 경우 과목 교사가 빠지면 다른 반 학생들은 수업 결손이 발생하고, 수학여행 한 번 가는데 공문만 20여건 작성하는 데 따른 행정 업무도 가중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단체 여행에 따른 할인혜택도 적어져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정부의 이 지침은 학교 현장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교 울타리만 넘어서면 사고

선생님과 부모님 눈 밖에 벗어나면 사고가 난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호기심 많은 게 학생들이다. 실제 도내 수학여행 중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지난 3년간 충청권 학교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건·사고는 총 74건이다. 구체적으로 대전시 18건, 충북 24건, 충남 32건 등이다. 매년 4건~16건까지 수학여행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전국적으로 최근 3년간 67.4%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최근 3년간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고는 총 576건이다. 2011년 129건, 2012년 231건, 2013년 216건으로 최근 3년간 67.4% 늘어난 수치다.

해당 수치는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보상받은 현황으로, 실제 접수하지 않은 건까지 합하면 수학여행 중 발생 사고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만 12%에 해당,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문제는 수학여행 때 교사 등이 아이들을 거의 내버려두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청소년 안전 불감증

우리나라는 소방방재청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화재사고 예방교육 등 안전 교육은 꾸준하다. 일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진 해일 대피훈련을 연 2회 이상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체감하는 안전교육은 지루함 그 자체다. 이에 따라 수학여행의 소규모 테마체험학습 전환과 함께 안전교육의 정규 과목 도입, 도교육청 산하 안전학교 설립 등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정규 과목으로 안전 교육을 포함해 체계적으로 이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청소년들에게 쉽고 깊게 각인시켜 주기 위해 재미있는 방법으로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일본 가마이시의 '지진해일 방재교육을 위한 안내서'는 일반 과목 가운데 재해 대비 요령을 넣어 교육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고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필요하다”며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과 지침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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