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안전 긴급점검] 2 도내 선착장 및 터미널 총체적 난국

▲ 28일 해양경찰이 공개한 세월호 사고 현장 동영상. 연합뉴스

서해안 안전의 시작은 선착장과 여객 터미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수면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어떠한 해상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해안 일대의 선착장과 여객 터미널의 안전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근본적인 것부터 갖춰지지 않은 서해안. 기본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5=39

제목에서 보이는 25는 여객선 선착장, 5는 유도선 선착장이다. 뒤에 39는 최근 충남도가 시행한 안전점검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숫자다. 30개의 터미널·선착장에서 무려 39개의 지적사항이 나온 것이다.

전반적으로 위험방지를 안내하는 표지판과 유사시 활용할 수 있는 구명환, 구명줄 등 안전시설이 불량했다.

비상통로에 물에 빠진 사람의 몸을 물 위에 뜨게 하는 바퀴 모양의 기구인 구명환 등에 물건을 쌓아 놓았고, 구명환이 파손됐거나 구명조끼가 작동조차 않는 경우도 있었다.

육도 및 허육도 등 일부 선착장 상부 상치 콘크리트의 노면은 파손됐고, 보행환경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자칫 잘못했다간 파손된 노면에 발이 끼이거나 넘어져 바다에 빠질 수도 있다.

급기야 월도와 허육도 등 일부 선착장 상단에는 폐어구·어망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한마디로 선착장 인근에 쓰레기더미를 쌓아둔 것인데, 폐어구의 경우 여객선이나 어선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엔진에 폐그물이 끼었다간 꼼짝없이 해상에 멈춰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도내 여객선 10척 모두 겪었던 일이다.

서해안은 지금 내수면 코앞에서 사고가 터지더라도 속수무책 피해로 이어질 정도로 허점투성이다.

◆상황별 시나리오 있나?

진도 여객선 침몰 같은 대형 사건이 유부도 인근에서 발생할 경우 지자체나 경찰서, 소방서 등 관계 기관의 대처는 상식 밖일 가능성이 높다.

서천군 장항읍에 속해 있는 유부도의 경우 해상 경계상에서는 충남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 전북과 더 가깝기 때문이다.

만일 하나 유부도 인근에서 배가 침몰할 시 행정구역에 따라 태안 해양경찰서로 연락이 닿는다. 태안 해경은 논의를 거쳐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한다. 군산시에서 출발하면 10~20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도, 행정구역에 꽁꽁 묶여있는 셈이다.

충남도와 각 시·군 등 지자체가 매년 발간하는 800쪽에 이르는 '안전관리계획' 역시 '교과서' 수준이다. 풍수해, 설해, 가뭄, 황사, 지진, 폭염 등 12가지 재난상황을 분류하는데 정작 수난사고는 없고, 유도선 안전관리 계획만 있을 뿐이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장비 현황은 나와 있지만, 수난 사고 시 가용할 크레인이나 어선, 잠수부 현황 등 관련 정보는 없다. 수난 상황별 가상 시나리오는 '꿈 같은 얘기'다.

◆지자체, 부서 간 협업 미비

지자체 간 협업은 없었다. 도내 행정선(어업지도선)은 총 6척이다. 보령·서산·서천·홍성·태안 등이다. 행정구역이 3분의 2 이상 바다와 맞닿아 있는 당진시에만 행정선이 없다.

만일 하나 63t급 충남295호 도선이 당진시 일원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당진시에는 행정선이 없어 태안에서 30분 이상 달려 현장에 가야 한다.

오히려 경기도 평택 행정선이 출동하는 게 빠른데, 이에 대한 실무 협업이나 훈련은 없었다. 광역이 다른 경기도나 평택시에 ‘아쉬운 소리 하기가 싫다’는 이유가 깔렸다. 책임자 휴대전화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신속한 상황 전파나 협조가 애초부터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도 관계자는 “총체적으로 선박과 어업지도선, 항만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안전한 충남을 만들기 위해 기본적인 것부터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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