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봉사기회’ 삼고 회장 취임
기부는 부자들만 한다는것은 편견
모금보다 중요한것은 올바른 배분
십시일반 작은정성 ‘기부사회’ 건설
투명한 성금집행 임기 최우선 과제

▲ 안기호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 앞으로의 사업계획과 운용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안기호(70) ㈜대전프뢰벨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1일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 취임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임기 중 대전지역에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성금 집행의 투명성과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공동모금회를 지역 사회에 살아 숨쉬는 유기체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뿌리 깊은 아동 교재 및 교육기구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대전프뢰벨 대표이사 회장이면서 대전 YMCA 이사장, 배재대 장학재단 이사, 대전극동포럼 회장, 대전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 중인 안 신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만나 취임 일성을 들어봤다.대담=김일순 교육문화팀장

-취임 소감은.

“솔직하게 말해서 집사람이 나서지 않았으면 하는 뜻을 비치더라(웃음). 그동안 저는 모금회 일도 해왔지만, 여러가지 다양한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사회복지 공동모금회장은 하느님께서 주신 마지막 봉사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난해 11월에 맡은 대전시 장로연합회장이 마지막이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주위에서 ‘기부하면 안기호’라고 말하면서 권유해왔다. 특히 지난해 5월 아동복지 향상에 이바지해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된 것을 많이 언급하시더라. 아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소외된 이웃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자리에 앉아 지역의 풀뿌리 기부문화 확산과 지역 공동모금회가 나아갈 길을 설정하는 게 바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 수락했다. 무엇보다 우리 이웃을 보듬기 위해 많은 사람이 꾸준히 기부할 수 있는 문화가 지역에 뿌리내리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 아동복지 향상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프뢰벨교육원은 1986년 2월부터 임직원들이 급여를 쪼갠 돈을 모으고 있다. 쌈짓돈을 모아 대전지역 빈곤 아동들에게 매달 100여만원을 지원했다. 27년간 내놓은 후원금이 3억 6000여만원에 이른다. 부자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십시일반으로 오랜 기간 기부해온 것을 국가에서 높게 평가해 표창을 내린 것 같다. 이밖에 결연 아동들과 가족캠프를 열거나 가정방문, 상담 등을 지속해서 열었다. 매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사랑 나눔 큰 잔치를 후원하고, 매달 대전소년원 원생들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준 것을 잘 봐주신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아이들이 행복해야 우리 미래도 밝지 않은가.”

-아이들을 위한 기부 방안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기부문화 교육을 꾸준히 할 계획이다. 기부는 습관이다. 누군가를 돕고 나면 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건 단순히 성인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어리고 순수할수록 더욱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때문에 공동모금회는 대전시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기부교육을 해 나갈 것이다. 일정 수준의 기부교육을 이수한 교사를 활용해 학생들을 잠재적 기부자로 키워 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인이 된 학생은 기부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그들의 자녀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사회 전반에 기쁜 기부가 행해지는 것, 이게 바로 기부문화의 저변확대다.”

-기부교육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외국에서는 봉사나 기부문화를 어릴 때부터 장려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집에서 쓰다가 남거나 낡은 것을 집 앞에 내놓고 파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또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돕는 일을 당연시하고 있다. 개신교가 중심이 된 서양에서는 식사 시간마다 기도를 한다. 내가 필요치 않은 물건을 나눠쓰고,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어릴 적부터 심어준 효과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 그 마음이 바뀌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남을 돕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공동모금회는 지금 현시점의 모금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를 위한 일도 준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다.”

-모금 활성화 방안은.

“기부교육 속에는 여러 사람이 적은 금액을 꾸준히 기부하도록 하는 것을 반드시 첨부할 예정이다.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가 여러 명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람이 적은 금액을 꾸준히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커다란 바다의 시작은 사실 작은 내(川)다. 하천이 모여 하나의 강을 이루고, 다시 바다를 만드는 것이다. 망망대해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처럼 기부라는 것도 작은 소망이 모여 큰 꿈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공동모금회는 매년 벌이고 있는 나눔캠페인을 비롯한 개인 기부의 지속적인 후원을 늘리는 데 주력하겠다.”

-지역 기업들의 기부문화는 어떤가.

“대전지역은 타 시·도에 비해 큰 기업이 많지 않다. 다만 이들이 모은 정성과 공동모금회 직원들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 매년 목표를 달성하고 상승해왔다. 그 결과 지난 1월 마감한 '희망 2014 나눔캠페인'에서 역대 최고 모금액인 45억 300여만원을 달성했다. 이를 사랑의 온도로 환산하면 101.2도가 된다. 당초 모금 목표는 44억 5000만원으로 약 1억 4700여만원을 초과 달성해 전년대비 105.7%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기업과 개인 기부 비율이 7대 3이지만 대전은 6대 4정도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큰 성과라고 자평한다. 대전지역 기업과 개인 간 기부비율을 면밀히 살펴보면 2011년엔 47.5%대 24%, 2012년엔 46.1%대 27.6%, 작년은 41.3%대 31.4%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 기부 비율도 꾸준히 유지하면서 기업 기부를 더욱 권장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기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도움이 필요한 단체, 개인에게 제대로 배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공동모금회 존재의 이유다. 공동모금회 배분위원회에는 지역의 중진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적절한 곳에 잘 나눠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지원을 두부 자르듯 딱딱 자르는 것은 안된다. 다른 기관, 개인이 지원받는 것이 커보이겠지만 비교우위를 두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지원을 격려해주는 사람들도 이것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도움을 주는 입장이라고 자신들의 주장만 펴서 지원기관을 지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원을 올바르게 배분하기 위해선 봉사자나 공동모금회 직원들의 말에도 귀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기부금을 가지고 사업을 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게 이뤄지지 않으면 기부문화의 본질이 흐려지게 된다.”

-공동모금회가 기부문화를 주도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자체 등 관이 기부를 주도하던 때엔 기부자들이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때는 마치 기부가 기업가나 덕망있는 인물들의 의무사항으로 여겨졌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신망을 잃는 부작용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앞서 말한대로 어릴때부터 하는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탓이다. 자연스러운 나눔이 정착되기 위해 탄생한 것이 공동모금회이고, 우리가 나눔을 이끌어오면서 이런 부담감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기업이나 개인에게 단순 기부만을 권유하는 차원이 아닌 것이다. 나누고 봉사하자고 손을 잡고, 팔을 잡아 이끈 것이다. 지금은 기업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돼 별도의 전담부서를 만드는 시대이다. 기업들도 도덕성과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은 공동모금회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민의 많은 참여로 지난해 나눔캠페인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최근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대내외 경제 상황을 돌아볼 때 목표를 초과했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럴 때일수록 지역의 소외되고 돌봄이 필요한 이웃에게 손을 내밀 때다. 사회적 중진과 지역민의 참여가 절실한 때다. 우리가 시원함을 느끼는 바람은 누군가에겐 칼바람이 될 수 있다는 점만 기억해달라. 지역민과 지역기업들의 열망에 보답하기 위해 공동모금회는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 발굴에 더욱 힘쓰겠다.”

정리 =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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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호 회장은...

◆경력 △국제와이즈맨 클럽 대전지방장 △㈜대전프뢰벨 대표이사 회장 △대전 YMCA 이사장 △대전시립합창단 후원회 (사) 하모니 이사장 △배재대 장학재단 이사 △대전극동방송 운영위원장 △대전극동포럼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대전문화재단 이사 △대전경실련 상임공동대표 △대전시기독교초교파 장로연합회 초대 회장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9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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